툭하면 폭행 당하는 경비원들 `수난시대는 여전`

아파트 입주민들의 ‘갑질’로 경비원들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경비원들이 상당수 고령인데다 업무가 기존의 단순 경비에서 택배수령, 청소, 주차 등 입주민들의 요구가 다양화되면서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경비원들은 대부분 아파트 위탁관리업체에서 고용하는 간접고용형태다보니 사실상 고용주의 위치에 있는 입주민의 횡포에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20분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A(58)씨는 입주자 B(66)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경비원 A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방문객 차량을 맞이하던 중 한 방문객이 아파트 입주자 전용문으로 들어와 다른문으로 안내를 했다. 그러나 방문객이 차를 돌리던 중 B씨의 차와 접촉사고가 났고, 차에서 내린 B씨는 경비원 A씨 때문에 사고가 났다며 머리 부분을 내리치고 욕을 한 것이다. 지난달 1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는 입주민 C(39)씨가 복도에 있는 유모차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 D(69)씨를 폭행했다. 당시 B씨는 유모차가 다른 주민의 소유이기 때문에 함부로 치울 수 없다고 거절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D씨는 C씨로부터 가슴부위를 얻어 맞아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지난 2월 2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입주민 E(61)씨가 태도가 공손하지 못하고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경비원 F(75)씨의 얼굴 등을 폭행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연구’에는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원 45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입주민에게 욕설이나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2명 이상(22%)의 경비원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조건도 아주 열악하다. 조사에 응한 경비원은 평균 149만2000원의 임금을 받으면서, 대부분(97%)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도 방범·안전점검 28.6%, 택배관리 20.2%, 주변청소 19.3%, 주차관리 16.3%, 분리수거 16.2%, 기타 15.5% 등으로 다양한 부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 1명이 수백명의 입주민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이 은퇴후 찾는 직종이다보니 위탁관리업체들이 애초 계약때부터 경비는 물론 청소 주자 등 다양한 업무를 항목에 넣는다”며 “고용기간도 짧게는 3~6개월, 보통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있어 취업 유지가 아쉬운 경비원으로서는 평소 입주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