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상순 때이른 불볕더위로 한반도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온열질환 환자가 속출하는 등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다행히 오는 12일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오면서 무더위는 한풀 꺾일 전망이지만 기상청은 7월말까지 이 같은 불볕더위가 반복적으로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인 이날 제주와 일부 해안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돼며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았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요 지점의 낮 최고 기온은 의성 35.5도, 밀양 34.9도, 안동 34.8도, 양평 34.3도, 부여 34.1도, 동두천 33.6도 등이다.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각각 35도,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관측될 때 발효된다. 전국 주요 지역의 이날 최고 기온은 평년보다 약 3∼6도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불볕더위는 수도권 지역에서도 사흘 째 맹위를 떨쳤다. 지난 8일 경기 하남시가 36.3도까지 치솟아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이후 9일 전국 곳곳이 32도를 넘기며 불볕더위가 계속됐다. 서울은 8일 32.4도로 치솟은 뒤 10일 낮 최고기온이 32.7도에 달해 올해 가장 더웠던 날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때이른 불볕더위 현상에 대해 중국 쪽으로 이동한 1호 태풍 네파탁(NEPARTAK)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네파탁이 중국 푸저우(福州) 서쪽 250㎞ 부근 육상으로 올라오며 따뜻한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서해 상의 고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고온현상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맑은 날씨 속에 햇빛이 공기와 지표면을 더욱 뜨겁게 달구면서 기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네파탁 발 고온현상은 네파탁이 소멸하면서 남긴 비구름의 영향으로 진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네파탁의 영향을 받아 11일 이날 제주와 남부지방에 비가 내려 수일째 이어진 폭염이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1일 전국은 대체로 흐린 가운데 새벽에 남해안에 비(강수확률 60~90%)가 시작돼 오후에는 그 밖의 충청 이남 지방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아침 최저기온은 16도에서 24도, 낮 최고기온은 25도에서 33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12일에는 중부지방도 열대저압부의 영향을 받아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오는 등 전국이 흐려지면서 무더위는 다소 진정되겠다”고 말했다.
주말까지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관련 온열 질환자도 폭증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온열 질환자가 7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6월 26일~7월 2일)인 16명의 환자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질본이 지난 5월 23일까지 이달 8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온열질환자는 총 213명에 달했다. 또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체 온열질환자의 30% 가량이 지난 일주일(7월 3일~8일)에 집중됐다. 온열질환은 햇빛 등 뜨거운 환경 장시간 노출됐을 경우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증상은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온열질환 상태에서 방치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운 열사병이 될 수 있다.
보건 당국은 폭염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12시~17시)에는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논·밭 작업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평소보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병행
질본 관계자는 “고령자와 독거노인, 야외근로자, 고혈압, 당뇨 등만성질환자는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낮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야외활동이나 작업 시 최소 2시간마다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인 기자 /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