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재단 공식 출범…소녀상 쟁점 등 험로 예고
↑ 화해 치유 재단 / 사진=MBN |
지난해 한국·일본 정부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지만 난관이 적지 않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사업에 쓸 일본측 출연금 10억엔(약 107억원)이 언제 들어올지 확실하지 않은데다 재단 설립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도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재단 출범으로 사무실 임대료 등 비용이 이미 발생한 상황인데도 일본 정부는 10억엔을 언제 출연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두 나라 외교당국이 협의를 진행 중이고 지난해 12월28일 합의에서 일본 정부예산으로 자금을 거출하기로 명문화한 만큼 출연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6일 "재단이 설립되면 약속한 자금이 바로 거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조만간 출연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NHK 방송도 같은날 일본 정부가 다음달 10억엔을 출연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자민당 일각의 주장대로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와 출연금을 연계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지난해 합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를 근거로 소녀상 문제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며 재단의 사업 운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출연의 전제조건으로 사업 내용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소녀상 이전 장소를 확보했는지 확약받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10억엔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충분한지도 논란거리입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이고 10억엔을 전부 피해자 직접 수혜사업에 투입해도 1인당 5천만원이 채 안됩니다. 이 때문에 재단은 기념사업이 아닌 직접 수혜사업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재단 운영비 등 부대비용을 한국정부 예산 등 다른 방법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추후 10억엔이 전부 소진될 경우 재단을 존속시킬지, 추가로 출연받을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일부 피해자 할머니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사회 진영의 반대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원사업을 벌일 명분을 잃기 때문입니다. 1995년 일본 민간자금이 투입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역시 피해자 대부분이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정대협 등은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합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단설립 준비 과정에서 일부 시설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제외한 대부분 피해자를 접촉해 재단 설립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생존한 피해자는 지난해 합의 당시 46명, 현재는 40명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상당수 피해자가 재단 참여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있을 때 합의해줘서 고맙다'거나 '당사자가 살아있을 때 한을 푸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재단을 설립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이 80대 이상 고령이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상당수 찬성 의견은 피해자 본인 대신 가족이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대협은 "12·28 한일합의는 제대로 된 사죄는커녕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일본의 전쟁범죄라는 엄연한 사실을 지우려는 의도가 다분한 굴욕
정부 당국자는 국내 반대여론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화해·치유 재단의 목적이나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관련 단체들도 뜻을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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