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동창생을 협박해 18년간 8억원의 돈을 뜯어낸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동창이 유흥주점에서 성관계까지 하면서 번 돈을 받아 4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해외여행을 가거나 백화점에서 VIP 대접을 받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일 사기 혐의로 권모 씨(44)를 구속했다. 권씨는 1998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교 동창인 김모 씨(44·여)로부터 모두 2389차례에 걸쳐 8억원 상당의 현금 등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와 김씨의 악연은 199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씨는 다른 고교 동창 소개로 알게 된 김씨에게 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과 사채업자에게 줘야할 급전 등이 필요하다며 각각 300만원과 400만원을 받았다.
권씨는 심성이 여린 김씨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자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 권씨는 김씨의 사주가 나빠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주변 사람이 죽는다며 제사비용으로 수천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건너간 김씨는 게임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에 있던 권씨에게 수년간 제사비용을 상납했다. 2009년 김씨가 한국으로 돌아오자 권씨는 더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권씨는 김씨의 중요 부위에 귀신이 있어 남자와 성관계를 해야 살 수 있다고 꾀어 유흥주점 도우미 일을 시켰다. 그런 뒤 권씨는 김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채 6000만원을 빌려 썼다며 이자를 갚아야 한다고 속이고 6년간 5억여원을 김씨에게서 빼앗았다.
김씨는 유흥주점에서 일하고 손님과 성관계하며 번 돈을 매일 권씨에게 송금했고, 고시원을 전전하며 앵벌이 노예 같은 비참한 삶을 살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권씨는 굿이나 제사에 필요하다며 김씨에게 치킨, 김밥, 해물탕 등을 배달하게 하기도 했다. 권씨의 사기 행각은 김씨에게 더 많은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사채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들통이 났다.
김씨가 실제 교도소에 가서 확인한 결과 권씨가 수감돼 있지 않았고 그제야 권씨의 꾐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20년 가까이 권씨가 김씨에게서 받은 돈은 경찰이 확인한 액수만 8억원, 김씨
권씨는 이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부산 강서구의 고급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권씨는 또 백화점에서 흥청망청 돈을 써 VIP 고객이 됐고, 검거 당시 금고 속에는 현금 7000만원이 있을 정도로 호화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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