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특보가 발효된 11일 오전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더위에 지쳐 앉아있다. <김호영 기자> |
시간이 지날수록 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났고 정오가 되어선 공원 곳곳이 노인들로 가득찼다. 노인들은 모두 전기요금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할아버지는 “작년에 에어컨을 샀는데 평소에 3만원 나오는 전기세가 30만원 나올까 무서워서 켜지를 못하고 있어. 지금 집에 2명이 같이 사는데, 선풍기 틀어봐야 뜨거운 바람만 나오니 어디 견딜수가 있어야지. 그나마 거리에 나오면 집에서보다는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으니 나왔지”라고 토로했다.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도 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로당 안쪽에 설치된 에어컨은 꺼져 있었고, 커다란 선풍기 하나만이 뜨거운 바람을 뿜어냈다. 이모 할머니(72·여)는 “오후에 여러명이 있을때나 에어컨을 틀지 혼자 있을때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정부가 7~8월 전기세를 약간 인하해줄 것 같다”고 말하자 할머니들은 “언발에 오줌 누듯이 ‘찔끔’ 하지 말고 전기세 걱정 안하도록 이참에 ‘확’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요금 폭탄’에 겁먹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폭염’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명동과 강남구 강남역과 신사역 등 3곳에선 정부의 ‘개문냉방’(開門冷房·에어컨을 켜고 출입문을 연 채 영업) 단속이 일제히 실시됐다. “가계가 애써 절약한 에너지를 기업과 상가시설이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날선 지적이 쏟아지자 정부가 뒤늦게 단속과 에너지 절약 홍보에 나선 것이다.
매일경제가 단속이 시작되기 2시간 전인 11시 30분부터 명동 일대를 확인해 보니 문을 열어놓은 채로 영업하는 매장 33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단속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이들 업소들의 출입문은 일제히 닫히기 시작했다. 단속반은 2시간 동안 명동지역에서 6건을 단속하는 데 그쳤다. 한 대형 화장품 매장은 오전에 버젓이 개문냉방 영업을 했지만 오후부터는 문을 닫아 단속망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신사역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단속반은 총 5건을 단속했다. 그러나 일부 매장은 단속반이 개문냉방 금지를 계도하고 떠나자마자 문을 열기도 했다. 한 매장 직원은 “매년 치르는 ‘홍역’인데 실상 새롭지도 않은 것 아니냐”며 “우리도 눈치가 늘 만큼 늘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속 활동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 실질적인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업용 전기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고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비현실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선진국 사례를 봐도 전기요금 누진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고, 누진제를 적용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누진 단계와 배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현재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가정용 전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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