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체 조사 연간 1천건…부검 의뢰도 증가
↑ 사진=연합뉴스 |
부검의 손에 쥔 칼날이 반짝였습니다.
외상은 없는지 사체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장기까지 들여다보는 그의 눈은 날카로웠습니다.
그러나 이날 부검은 여느 부검과 조금 달랐습니다.
부검대에는 사람 시신이 아닌 죽은 길고양이가 누워있었습니다. 부검의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아닌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연구원이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형사들이 죽은 고양이 한 마리가 든 종이박스를 들고 경북 김천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찾았습니다.
무더운 날씨 탓에 사체가 부패할까 봐 안에는 아이스팩까지 담겨있었습니다.
형사들은 "길고양이들이 한 달 사이 자꾸 죽어간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 고양이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직접 차를 몰고 이른 아침부터 3시간여를 달려 이곳 검역본부로 왔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학대해 고양이가 죽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며칠 전에는 안양동안서 형사들도 찾아왔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 2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는데, 이들 중 한 마리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였습니다.
고양이를 발견한 아파트 주민은 "누군가 일부러 고양이들을 죽여 우리 집 근처에 버려둔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체조사 결과 수원에서 발견된 길고양이는 혈흉(응고계 장애)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컸습니다. 죽음에 이르게 할만한 외상은 없었으며, 독극물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안양 고양이들은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 정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머리와 몸통의 분리는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잘린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본래 전염병 등 가축 병성검사 등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지자체마다 있는 동물위생시험소나 가축위생연구소도 동물 해부 검사를 하고 있으나, 독극물 성분 검출 기계 등 각종 장비를 갖춘 검역본부에서 주로 사건과 관계된 부검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3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매년 검역본부가 동물 사체를 조사하는 건수는 1천여 건에 이릅니다.
최근 3년간 경찰 의뢰에 따라 진행한 동물 사체 부검도 8건에 이릅니다.
연도별로는 2014년 1건(개), 2015년 5건(개 3건, 고양이 2건), 2016년 7월 기준 2건(고양이)입니다.
사인 대부분 질병이나 확인 불가로 학대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난 사례는 없었습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최근 동물 사체조사를 의뢰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직접 길고양이 사체조사를 의뢰한 수원남부서 형사도 "형사 생활을 하면서 길고양이가 죽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부검을 의뢰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예전보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최근 들어 동물 학대 관련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보다 사건 자체가 더 많아졌다기보다 신고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경찰청은 최근 3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사례는 2013년 113건(150명), 2014년 198건(262명), 2015년 204건(264명)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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