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기간 강도 높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학생들의 고충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교육부가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서울 시내 주요 10개 대학 중 기숙사비를 현금 분할 납부하거나 카드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명무실한 교육부 권고에 대학들은 기숙사비 납부 방식의 다양화를 외면하고 있어 학생들만 가중한 부담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학 기숙사비를 현금 분할납부 및 카드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대학생 기숙사비 납부 방식 개선안’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확대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올해 8월 매일경제신문이 서울 시내 10개 대학(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에 확인한 결과 이들 대학 모두 기숙사비 분할 납부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가상 계좌로 입금하는 형태의 기숙사비 현금 결제만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카드 납부 역시 10개 대학 모두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은 기숙사비 납부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분할 납부를 허용하면 중간에 기숙사에서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서울 시내 H대학교 기숙사 실장은 “보증금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분할 납부를 허용하게 되면 학생들이 중간 퇴사할 때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기숙사 행정실장도 “대학 기숙사가 자선 단체는 아니지 않으냐”며 “분할 납부가 불가능한 지금은 중도 포기 학생이 없지만 분할 납부가 가능해지면 중간에 나가는 학생도 많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분할 납부와 카드 납부를 허용하게 되면 수수료와 행정력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기숙사 관계자는 “카드 납부를 받으면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수수료를 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부분을 학생들에게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교 생활관 담당자는 “분할 납부하게 되면 매달 돈이 들어오니까 번거롭다”며 “일괄 납부할 때보다 행정력이 많이 든다”고 전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기숙사비 납부 기간은 등록금 납부 기간인 학기 초와 겹친다. 학생과 가계의 목돈 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기숙사 거주 학생수는 국립대 8만 7792명, 사립대 28만 2776명에 달한다. 사립대 민자기숙사 2인실 기준으로 이들 학생들의 한 학기당 1인 평균 납부액은 115만 8000원으로 조사됐다. 연세대 기숙사생인 전 모씨(26)는 “(현금 분할 납부를)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은 학교 측의 편의만을 생각한 것 같다”며 “카드 납부가 가능해지면 기숙사비 입출금 내역이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대생인 이 모씨(24)는 “학교 다니는 학생이 (기숙사를)중도퇴사하는 경우는 본적도 없고 있다 해도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것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숙사비 분할 납부를) 권고하는 조치를 내렸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대학들이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기숙사비 분할, 카드 납부제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기숙사비 납부 현황을 정보 공시 항목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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