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의 '거짓말'이 권력형 스캔들로 번졌고 이어 사상 초유의 한국인 피랍 사건으로 온 국민이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BBK 관련 수사와 태안 기름유출 사태 등 연말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임진택 기자가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사건 사고를 돌아봤습니다.
올 한해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는 역시 '거짓말'이었습니다.
무려 넉달 동안이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사건.
단순 허위 학력 파문은 정권 핵심부와 예술계를 망라한 초대형 로비 사건으로 비화했습니다.
인터뷰 :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 - "저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모든 것은 검찰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으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구속되면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습니다.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하던 전군표 전 국세청장.
인터뷰 : 전군표 전 국세청장 -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검찰이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믿습니다"
결국 현직 국세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구속수감되면서 독방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온 국민의 눈과 귀는 머나먼 아프간에 멈춰있었습니다.
선교활동 중이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는 소식은 온 국민을 경악케 했습니다.
피랍후 40일 동안의 피말리는 감금 생활.
결국 배영규 목사와 20대 심성민 씨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 유경식 / 피랍자 대표 - "저희들은 이번에 조국과 국민 여러분께 큰 빚을 졌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저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뭍혀 있던 BBK주가 조작 사건이 최고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투자자들의 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던 BBK 대표 김경준씨가 전격 입국하면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인터뷰 : 김경준 / BBK 대표 - "(김경준씨 한마디 하시죠) 그럼 한마디 할까요?"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낙마할 수도 있는 대선의 유일한 변수.
이때부터 정치권의 끝간데 없는 폭로와 비방전이 이어집니다.
결국 검찰이 이 후보와 관련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림으로써 이 후보의 청와대 행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가 됩니다.
인터뷰 : 김홍일 /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인수 및 주식매매에 쓰인 돈을 제공했거나 그로 인한 이익을 받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달리 이 후보가 김경준과 공모했다는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
이번 성탄절에는 유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태안으로 향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선박 충돌로 인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로 태안 앞 바다가 '검붉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양식장은 기름 범벅이 되고 어민들은 아예 넋을 놓고 주저 않았습니다.
인터뷰 : 이석애 / 어민 -
"가보니까 새까맣고, 바닥에도 기름이 쫙 깔렸어. 기름 투성이고... 내가 너무 속상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그냥 올라왔어"
인터뷰 : 정길순 / 횟집주인 -
"누구 말대로 10년 간다는데요, 30년도 갈 것 같아요. 횟집 같은 건 앞으로 꿈도 못 꿀 것 같아요"
열일 제쳐두고 달려간 5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정부의 밤낮없는 방제 작업으로 기름띠는 거의 제거됐습니다.
그러나 해안을 한 움큼 파내면 여전히 남아있는 시커먼 기름 덩어리는 새해를 맞는 태안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mbn뉴스 임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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