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 모두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기로, 의원들이 꽉 차야 할 때지만 보시다시피 텅 비어있습니다. 이러면서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갔고, 20대 국회의원들도 그렇겠죠.
원래는 이틀 전 이곳에선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은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대량실업 등 새로운 상황이 생겼을 때, 본 예산에 추가하는 예산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상황이 '시급'하단 거죠.
그런데, 야 3당이 조선해운업 청문회 증인 채택을 추경 통과의 조건으로 내걸면서 무산됐습니다. 전 경제부총리였던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주인공인 이 세 사람을 부르니, 마니를 두고 말이죠.
권력 핵심인사는 못 부르겠다는 여당. 정권을 흔드는데만 몰두하는 야당. 한 치의 물러섬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문자 보시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오늘 기자들에게 돌린 메시지입니다. 과거에도 추경을 늦게 처리한 적이 있는데, 왜 늑장처리를 비판하냐는 거지요.
제3당이 된 국민의당도 다른 야당과 공조란 이름으로 같이 움직이고 있어 기대했던 캐스팅 보트 역할은 아예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인의 제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한 경기 부양책은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지난 달, 3백조 원이 넘는 경기부양책을 전광석화처럼 빨리 결정하고 밀어붙였는데, 우리는 일본의 30분의 1에 불과한 부양책 마저 제 때 쓰지 못하고 있는거죠.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1,600건이 넘는 법안이 접수됐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일하는 국회·협치를 강조하던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란 비판을 받았던, 자기들이 욕했던 19대 보다 더 한 구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의원 개인이나 소속 정당 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민 대표로서의 권리는, 그 의무를 다하고 난 다음에 가질 수 있습니다.
이번 국회엔 좀 변화를 바랐는데, '혹시나~'했던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