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사망 4명)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 였다.
용단작업에 쓰인 LP가스통은 정해진 위험물저장소에 보관되기는 커녕 밸브가 열린 채 작업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폭발 원인을 제공했다. 지하 작업장엔 환기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고, 용단작업 전 가스농도 측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감리단은 ‘작업안전 적합성 검사 체크리스트’ ‘안전보건 협의체 회의 참석 명부’를 위조하며 사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과실 내지 위법 행위가 확인된 원청(포스코건설)·하청·감리업체 관계자 19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원청 현장소장 A씨(50), 하청업체 대표이사 B씨(60), 현장소장 C씨(47), 감리단장 D씨(63), 용단작업 근로자 E씨(53)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고는 용단작업 후 잠그지 않은 LP가스통에서 새어나온 가스가 지하 현장에 깔려있다 다음날 점화되면서 폭발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근로자 E씨가 5월 31일 오후 5시께 용단작업을 한 뒤 지하 12m 작업장에 LP가스통을 그대로 방치하고 밸브 잠김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퇴근해 지하에 가스가 누출됐다”고 밝혔다. 다음날 오전 7시 27분께 E씨가 용단 작업을 준비 중 폭발했다.
위험물저장소 관리 책임자이자 현장인부를 감독하는 하청 업체 차장(41)은 “E씨가 밸브 잠김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한 가스절단기를 감식한 결과 LP가스밸브와 혼합가스밸브, 산소밸브가 33도 가량 개방돼 용단작업 상태 그대로 였음이 확인됐다. 경찰은 “LP가스 용기에 6.8kg의 가스가 남아 12kg 정도가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전관리는 부실했다.용단작업이 끝난 가스통과 가스호스, 가스절단기는 위험물저장소에 보관해야 하나 그대로 지상과 지하에 방치됐고, 지하작업장에는 환기시설조차 없었다. 작업 후 의무사항인 밸브잠금 점검과 작업 전 가스농도 측정도 생략됐다.
원·하청·감리단은 책임을 덮는데 급급했다. 원청 안전관리팀 과장(36)은 하청 현장소장의 안전보건협의체 불참 사실을 숨기기 위해 4차례에 걸쳐 회의 참석 명부 4매를 위조했다. 감리 직원(48)은 화재·폭발위험에 대한 안전교육과 작업안전 적합성 검사를 한 것 처럼 위장하기 위해 원청업체 직원(28)에게 ‘TBM 활동일지’ ‘작업안전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를 사후조작 또는 위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 안전관리팀장(36)은 지하작업장 가스 농도 미측정 사실을 숨기기 위해 소속 팀원에게 ‘밀폐공간 작업환경 측정’ 문건을 조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하청업체가 무등록 건설업체에 재하도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무등록 건설업체에 재하도급을 한 하청업체 대표이사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면서 “원청과 감리단은 이 같은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해 공사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실태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건설 현장에 LP가스를 공급한 업체도 액화가스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업체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업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 본부장 등 2명에 대해 과실유무를 조사했으나 현장 안전관리 책임을 감리에게 위임하고 있는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따라 실질적 주의 의무를 인정하기 어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