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에 뜬 암행순찰차…얌체·폭주운전자 다 잡는다

↑ 6일 일 서울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김영복 경위가 원효대교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강변북로에서 지정차로 준수를 위반한 대형 운송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어, 저 트럭 저기로 달리면 안되는데”
6일 오전 11시 원효대교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서울 강변북로 2차로에 대형 거울을 실은 권모(37)씨의 대형 운송 차량이 위태롭게 질주하고 있었다. 교통 관련 규정에 따르면 대형 운송차량은 지정 차로로 달려야 하지만 이 차량은 이를 위반한 채 일반 차선에서 내달렸다.
교통 관련 업무만 10년 이상이 넘은 베테랑인 서울지방경찰청 도시고속순찰대 소속 나광명(56) 경위와 김영복(49) 경위는 곧바로 싸이렌을 켰다. 암행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속도를 높이자 그제서야 주변 차량들은 경찰차임을 알아채는 눈치였다. 암행순찰자는 권씨의 차량을 1차로로 유도한 뒤 위반행위에 대해 벌점 10점과 범칙금 3만원을 부과했다. 권씨는 “암행순찰차가 운행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경찰차가 왜 서라는 지 몰라 당황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나 경위는 “대형 차량 운전자 중에서도 지정차로제를 모르는 운전자가 꽤 있다”며 “도시고속 도로에서 대형 차량들과 일반 차량들이 질서없이 뒤섞이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어 꾸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암행순찰차가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서울 시내 도시고속도로까지 전면 시행되면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내부순환도로, 동부·북부간선도로에도 암행순찰차가 등장했다. 경찰청은 전국 고속도로에 21대,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에 1대 등 모두 22대의 암행순찰차를 투입했다.
이날 나 경위와 김 경위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시내 주요 도시고속도로를 돌면서 단속 시작 2시간여만에 교통법규 위반 차량 4대를 적발했다.
권씨처럼 지정차로 위반을 포함해 대형버스들의 ‘칼치기’(급격한 차로 변경), 상습정체 지역 진출로 끼어들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 사례는 각양 각색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얌체운전자들이 이제 평소처럼 카메라가 없거나 경찰차가 없다고 막 달리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암행순찰차는 평소에는 일반 승용차와 구분되지 않는 모습을 띠지만, 법규 위반 차량이 발견되면 경찰차로 ‘변신’하는 단속 차량이다. 암행순찰차는 보닛과 양쪽 앞문에 경찰 마크가 붙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겉모습은 일반 승용차와 똑같다. 특히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암행순찰차의 정체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를 달리다가 단속 대상을 발견하면 암행순찰차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경찰차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단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안전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암행순찰차를 시범 운행해왔다.
암행순찰차는 시범 운영 직후부터 효과를 나타내면서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시범운영 기간 주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5건에서 498건으로 10.3% 줄었고, 사망자는 16명에서 6명 62.5%로 크제 줄어 사고 예방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추석 명절을 전후해 고속도로에서 나타나는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많은 귀성차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암행순찰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교통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태욱 기자 / 송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