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연예인들 옆에는 술병이 놓여 있다. 식기를 들고 리듬을 타는 아이돌 스타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워낙 술에 관대한 사회여서일까. 한 주류회사가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며 노는 동영상을 광고로 꾸준히(?)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유저들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절정의 스물다섯살 래퍼 지코가 등장한 영상은 소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조회수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많은 연예인들이 돌아가며 이같은 콘셉트의 광고를 촬영했다.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이들 옆에는 상표가 노출된 술이 있다. 한 잔 걸친 채 편안한 모습을 연출하는 아이돌에게 많은 사람들은 “우리 오빠 참 소탈하네” 라든지 “000 누나의 다른 면모를 봤다”며 열광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음주가무 동영상을 담은 콘텐츠가 청소년 호응까지 이끌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다. 한 사람이 공감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수백명 계정에 노출되는 건 SNS 고유의 특성이다. 열린 공간을 지향하며 누구나 콘텐츠를 올리고 퍼 나를 수 있는 장소지만, 수용자 연령대가 구분돼야 할 광고까지 이 속성을 따른다는 것은 문제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건 성인 연예인들이지만 이들의 음주하는 모습에 영향받을 청소년이 SNS 유저의 태반이란 걸, 광고주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인다.
벌써 수백·수천만 건을 기록한 조회수엔 청소년과 성인 구분은 없다. 그런데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4년 발표한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SNS이용률은 이미 58.6%에 달한다.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무방비로 음주 광고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대한보건협회는 이 주류회사의 동영상 광고가 청소년에게 노출돼 음주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TV나 신문 등 대중 매체에 소주 광고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SNS라는 뉴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의 파급력은 기성 매체보다 훨씬 큰 게 사실이다. 그런데 SNS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은 단속의 어려움을 핑계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7도 이상 술에 대해 밤 10시 이후에만 광고하도록 규정하지만 SNS에서는 비슷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
아이돌 스타가 술을 맛있게 마시는 장면을 보면 성인도 음주 욕구를 느낀다. 이건 광고주가 의도한 대로다. 하지만 선망하는 대상의 음주 행위를 따라하고 싶은 청소년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게 씁쓸하다.
술 뿐만인가. 오히려 모두에게 열린 공간임을 이용해 교묘히 윤리와 상식을 기준을 넘어선 광고 콘텐츠가 넘쳐난다. 유머와 센스를 살린다고, B급 감성을 살린다고 폭력도 욕설도 서슴지 않는 광고가 등장하는 일이 이제는 흔하다. 이렇다보니 대한보건협회가 “주류는 건강을 해치며 범죄, 사고 등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상품이기에 유명 연예인까지 동원해 홍보하는 건 바람
SNS가 광고 효과에 매우 효율적인 환경이라하더라도, 아직 성인이 아닌 유저가 SNS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해야한다. 그래야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부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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