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조용호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체납징수반 반장] |
“빨리 따라 붙어. 놓치면 안 돼. 빨리! 빨리!”
잠복해 있던 차량 한 대가 매우 빠르게 속도를 낸다. 순식간에 시속 120km를 넘어선다.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 1차로에서 2차로로 다시 1차로로 차선 변경을 한다. 그렇게 속도를 내던 앞차가 갑자기 고속도로를 빠져 나가버린다. 급히 무전을 쳐 해당 길목에서 기다리던 다른 팀에 알린다. “지금 그 쪽으로 빠져 나갔어. 빨리 뒤쫓아가!”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산다는 조용호(54·사진)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체납징수반 반장은 지난 9일 기자와 만나 긴박했던 체납징수 과정을 들려줬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고 그대로 하이패스 전용도로 등을 통과한 운전자 수는 지난해만 1만명, 미납액은 250억원에 이르렀다. 갈수록 ‘양심 불량’에 얌체 운전자들이 늘면서 조 반장 역시 밤낮없이 일을 하고 있다.
“추석 연휴 때도 24시간 비상근무를 합니다. 통계상 고향 가는 길보다는 고향에서 돌아올 때 통행료를 안내는 경우가 많아 그 기간에 집중 단속할 계획이죠.”
조 반장은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명절 기간 미납자가 더 많이 발생해 근무를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고속도로를 잘 안 타던 분들이 명절을 맞아 (고속도로를) 이용하다보니 미납자가 더 많이 생긴다”며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고속도로에서 통행료 미납자가 많이 발생하는 때는 오전 7시부터 9시 출근 시간대이다. 이들 미납자들은 대부분 하이패스 전용도로를 무단으로 통과하면서 발생한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아예 없거나 충전식 카드 잔액이 부족하거나 사용이 정지된 경우, 그 밖에 카드를 잘못 끼워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 등 대표적이다.
조 반장은 “통행료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로 요금소 근처에서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이패스 단말기는 시속 150km로 달려도 차량을 인지한다”며 “고의과속 등 통행료 미납 차량의 모습은 모두 영상으로 녹화 돼 미납고지서를 발송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통행료 미납차량 수는 연간 6만건 정도다. 한두번의 실수가 아닌 미납횟수가 연간 20회를 넘거나 금액으로 따져 100만원이 넘어 압류승인된 경우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이들 차량 중 체납액이 고액 순으로 현장단속의 대상이 된다.
조 반장은 “현장단속 대상이 되기 전까지 미납발생일로부터 2개월 간 안내문을 비롯한 미납고지서, 독촉장 등 총 3번의 고지서를 발송한다”며 “그래도 안 낼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의 압류승인을 거쳐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단속은 결코 무작위로 이뤄지지 않는다. 통행료 미납 현장을 덮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 몇 달간 해당 차량을 추적 조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성남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반복하며 500여만의 통행료 미납 차량이 있다. 해당 차량의 이동경로는 물론 주요 운행시간대를 분석하며, 차량 진출입을 단속카메라 등으로 최종 확인 후, 3인 1조인 체납징수반이 움직인다.
현행법상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달리는 미납 차량을 멈춰 세울 권한은 없다. 따라서 현장 단속시 미납 차량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목적지 등에 도달해 운전자가 ‘스스로’ 멈출 때까지 추적하고, 기다려야만 한다.
조 반장은 “그 기다리는 동안 생리현상 해결을 못하거나 식사를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하지만 곧 체납 차량이 나타날 것 같아 꼼짝없이 기다린다”고 말했다.
숨바꼭질 끝에 붙잡힌 운전자들은 대부분 미납 통행료가 있는 줄 몰랐다는 핑계를 댄다. 납부 고지서를 한번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차가 이렇게 막히는 데 왜 통행료를 내야하냐는 말을 무한반복하는 경우부터 사업실패와 개인사 등으로 통행료 납부가 곤란하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까지. 불법명의 차량 이른바 대포차량 운전자는 “내가 운전한 게 아니다”라며 한사코 발뺌을 한다고 조 반장은 말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통행료 미납 사실을 모르기는 어렵다. 일단 하이패스 도로를 무단 통과시 사이렌이 크게 울리고, LED등에 표시가 뜨기 때문이다. 조 반장은 “하이패스 단말기를 단 운전자라면 차 안에서도 분명 경고음이 날 거에요. 그럼에도 통행료 미납 사실을 부정하는 운전자들은 이미 무단 통과가 만성이 된거죠. 만성….”
얌체 운전자들의 갖은 핑계를 듣는 것도 모자라 협박과 욕설을 듣는 경우도 많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체납 통행료를 현장에서 내지 않으면 차량을 강제인도 압류조치하기 때문이다. 조 반장은 “당장 체납 통행료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생계가 달린 차량을 뺏는다고 하니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포차는 실제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많아 현장단속시 공포분위기가 종종 연출된다는 게 조 반장의 말이다.
새벽 혹은 한밤중에도 고액 체납 차량이 고속도로에 뜨면 비상 대기모드에 들어가야만 하는 체납징수반. 그런 불규칙적인 일이 일상인 체납징수반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사 업무와는 많이 달랐다.
이런 업무에 대해 조 반장은 “군대로 치자면 (체납징수반은) 특수부대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단속한 최고 통행료 체납액 기록은 2849만1000원으로 미납건수로만 248건에 달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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