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치동의 한 학원에 추석 특강 안내가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
수능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떠들썩한 명절분위기에 자녀들이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서울의 유명학원들로 ‘초단기 유학’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 연휴마다 이와 같은 특강이 열렸지만, 올해는 특히 최소 5일이상 되는 긴 연휴와 학교 휴업으로 강남·목동을 비롯해 분당지역 학원까지 수강인원이 모두 ‘꽉’ 들어찼을 정도로 부쩍 과열된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M학원은 추석 연휴 3일 동안 한국사와 생명과학, 논술 등 8개 강좌를, S학원은 추석 특강으로만 30개의 강좌를 새로 개설했다. 재수학원으로 유명한 서초동의 D학원도 사회탐구와 논술 등 11개 강좌를 개설했다. S학원 관계자는 “예년 같았으면 20여개 안팎강좌를 개설했는데 올해는 긴 황금연휴로 인해 수강신청인원이 20~30% 늘어날 것을 예상해 강좌 수를 늘렸다”며 “특강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강사들 추가 섭외하는데도 엄청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의의 주요 고객은 역귀성하는 지방학생들이다.
서울 대치동의 L학원은 “지방 각지에서 추석 특강반 수강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수업 현장에서는 누가 어디서 왔는지 서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S학원은 “추석 특강은 한 반이 10명이라고 하면 8명은 지방에서 온 학생”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지난달 말부터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와 ‘수만휘닷컴’ 등에서도 추석 특강에 대해 질문하는 게시글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스로를 ‘지방러(지방에 사는 사람을 나타내는 신조어)’라 표현하고면서 수도권 학생들에게 “어떤 강의가 영양가가 있는 ‘진짜’냐” 등을 문의했다.
울산에서 재수하고 있는 A군(19)은 “이번 추석에 대치동과 분당에서 특강을 들을 계획”이라며 “숙박은 5박 6일간 경기도의 친척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군은 “지방에는 대형 학원이 없고 추석 특강을 여는 학원도 거의 없다.”며 “유명학원이나 강사의 현장 강의를 직접 수강할 수 있어 부모님과 상의 끝에 역귀성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역귀성을 해도 지방학생들은 묵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A군처럼 잠시 묵을 친척집이라도 있으면 운이 좋은 케이스다. 다수의 학생들은 학원을 통해 숙식을 해결할 학사를 소개 받지만 접근성이 좋은 학사들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D학사는 정원이 50명 규모지만 추석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가득 차 대기인원이 생길 정도다.
문제는 수업시간 표만 봐도 숨이 막힐 정도로 빡빡하다는 것. 개설된 논술 특강반은 평균 하루 8시간 30분씩 연휴기간 내내 수업이 진행되고, 단과 수업 역시 한 과목 당 3~4시간의 수업 시수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에 아이들은 특강에 ‘가위’눌리는 신세가 되고 있다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은 수강료 부담에 가위에 눌릴 지경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논술학원의 추석 연휴 5일간 특강 수강료는 100만원에 달했고 단과 과목 역시 평균 30~40만 원선이다. 여기에 하루 8만원에 달하는 학사 숙박비와 교통비까지 고려하면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은 150만원에 가까운 돈을 써야한다.
학부모는 ‘비싼 수업료’에 학생들은 ‘연휴 반납’이라는 값비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추석 특강의 효과에 대해서는
한 인터넷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한 지방 학생이 “추석 특강이 지방에서 들으러 올라갈 정도로 좋은지” 묻자 “인터넷 강의에서도 유명한 스타강사는 특강 많이 안하니 애쓸 필요는 없다”, “시간과 체력의 소모가 더 클 것 같다”는 조언이 나왔다.
[유준호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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