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많이 오른 건 뭘까요?
배추 한 포기 만 원….
처음에 가격을 본 주부들은 '내가 잘못 봤나?' 아니면, '직원이 잘 못 적은 건가?'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만, 제대로 본 것도, 제대로 적은 것도 맞았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 배추 값이 두 배 이상 뛰면서 도매가는 10kg당 1만 5천 원, 소매가는 포기 당 8천 원 이상, 만 원대까지 올랐습니다.
명절 손님상에 새로 담근 김치를 올리려던 주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할 수 밖에 없었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폭염이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추석을 앞둔 8월까지 폭염이 이어지자 배추 생산량은 30%나 줄었습니다. 배추는 서늘한 고랭지에서 잘 자라거든요.
그럼, 출하량은 줄어도 배추값이 올랐으니 농민들은 그만큼 이득을 봤을까요?
보통 배추는 다 자라고 난 뒤에 파는 게 아니라 봄에 씨앗을 심기 전에 밭째로 파는 '밭떼기' 거래를 합니다. 때문에 수확량이 적어도, 가격이 올라도, 농민에겐 아무 영향도 없지요. 여기서 한 포기에 만 원을 주고 사도 산지 배추 가격은 포기 당 천 원이란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그럼, 산지에선 천 원, 시장에선 만 원,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요?
현행 농산물 유통구조를 보면, 생산자와 산지유통인 간에 밭떼기 거래가 이뤄지고, 도매시장의 경매를 거쳐 중도매상, 그리고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로 전해집니다. 배추 한 포기를 사기까지 무려 5단계를 거치는 거죠.
놀랍게도, 이 과정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정부가 법으로 정해놓은 겁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농산물 유통과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출하량과 유통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한 건데, 문제는 도매상을 '허가제'로 한 겁니다.
정부가 정한 전국의 30여 개 도매시장에서 허가를 받은 경매를 통해야만 농산물이 시중에 유통되는 거죠. 그리고 경매는 원래 최고가에 낙찰이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가격은 껑충 뛰고, 그 다음 단계들 역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겁니다.
때문에 유통마진에 대한 불만 여론은 해마다 나오게 됐고, 결국 3년 전 정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을 내놨습니다. 도매시장 거래를 줄이고, 직거래를 활성화 하도록 길을 터 준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기존의 밭떼기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고, 도매상 허가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소비자 직거래는 5%에 불과하고, 생산자들의 모임인 협동조합은 11%에 그치고 있으니 말 다했죠.
결국, 자유로워야 할 시장경제를 정부가 관리를 해주겠다며 법으로 규정해 놓은 게 문제가 된 겁니다.
이상 기후는 갈수록 심해지고, 유통구조는 법으로 묶어놓고, 누가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별 뾰족한 대책 없이 날씨 탓만 하는 정부.
이런 데 누가 계속 농사를 지으려고 할까요? 또, 매끼 김치를 먹어야 하는 우리 소비자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까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데, 이제 풍성한 한가위는 정말 옛말이 된 듯합니다.
김치도 맘 편히 못 먹게 됐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