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맑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때 이른 불청객 ‘미세 먼지’의 공습이 시작됐다. 서울 낮 한때 기온이 29도까지 오르면서 26일 오후 오존 농도가 ‘주의’ 수준까지 치솟아 청명한 가을 하늘에 비상이 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가 100㎍/㎥을 넘어서면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 서울지역의 주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38㎍/㎥임을 감안하면 세 배에 가까운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한 것이다.
지난 주말인 24일과 25일에도 미세먼지와 안개가 동반되면서 하루 낮 한 때를 제외하고는 가시거리가 10km도 되지 않았다. 주말사이 청정한 가을 하늘을 즐기려는 ‘상추객(賞秋客)’들도 갑작스레 찾아온 미세먼지 공습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 출근길에는 지난 봄철 사용했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든 시민들이 목격됐다. 직장인 유승진 씨(26·서울 북아현동)는 “지난 주말 뿌연 하늘을 보고 여자 친구와 가기로 한 여행을 이번 주말로 미뤘다”며 “오늘 아침에도 미세먼지가 계속되는 것 같아 마스크를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미세먼지 공습은 한반도가 동해상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대기가 정체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한반도 내 바람이 약하게 불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상당 기간 대기 중에 머물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번 주중 국내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 되는 만큼 강수에 의한 세정 효과에 의해 대기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예년의 경우 10월 중순이나 말부터 미세먼지가 급격히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미세먼지가 일찍 찾아오면서 가을 정취를 즐기기도 전에 미세먼지 공습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 센터장은 “이번 오염물질의 원인은 중국의 영향이라기보다는 국내에 오염 물질이 고기압권 내에서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대기가 정체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격적으로 미세먼지의 계절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중국의 난방이 본격 가동되는 다음달 하순부터는 미세 먼지 공습이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했다. 반 센터장은 “통계적으로 보면 국내외 요인에 따라 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베이징, 텐진, 청도 등에서 난방을 시작하는 10월 말부터는 북서풍의 영향을 받아 한반도 내에서 미세먼지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발 앞서 찾아온 가을철 미세먼지에 시민들의 호흡기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인체에 흡입되면 천식과 같은 호흡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천웅 강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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