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나기 전까지 단식하겠다!', '정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 국민들은 이렇게 살벌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단식 나흘째를 맞는 여당 대표의 초췌한 모습도 봐야 합니다.
꽉 막힌 정치권, 과연 해법은 없을까요?
과거에도 분명 정치권은 대립했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풀었을까요?
집권 내내 벽파의 견제에 시달린 조선 정조는 막후 정치를 통해 갈등을 수습했습니다. 정조는 지금으로 치면 야당 대표인 심환지에게 무려 299통의 편지를 보냈거든요. 그리고 편지에 직접 상소문을 올리라고 상소문에 쓸 내용을 적어주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막후 협상'을 한거죠.
막후 협상은 공식 협상과 달리 구속력이 약하지만, 말과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식 협상이 난항에 빠졌을 때 필요한 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막후 협상은 밀실과 연결되는 이미지 때문에 음모와 같은 부정적인 느낌이 많지만, 사실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정치권에서는 필요합니다. 겉으로는 '대립'을 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는 '대화'를 해야하는 게 정치니까요.
정조도 막후 협상이 좋아서 야당 대표에게, 그것도 자기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배척한 인물에게 편지를 299통이나 보내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백성이 편안할 수 있다면 막후에서 자존심을 꺾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은거죠.
지금 우리 정치권은 어떨까요?
전쟁 중에도 서로 총질을 하면서도 대화 채널은 열어 놓는 법인데, 정치권은 지금 모든 문을 닫고 내 얘기만 들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또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지요.
평화로울 때는 여기저기 다니며 민생행보의 길을 걷는다는 대권주자들입니다. 민심을 얻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외국에 다니면서 많이 배워오겠다는 그들, 하지만 국민이 진짜 원하는 지도자는 그렇게 평화로울 때 나서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지러운 형국에 나서서 길을 트는 사람이 아닐까요?
난국을 타개하는 정치력을 보여줄 때, 국민들의 마음은 저절로 움직일겁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죠. 북핵이다, 사드다 하는 이 위기에 이 나라를 구할, 그리고 이 정국을 타개할 인물은 없는걸까요?
우린 내년에도 이 후보가 싫어서 저 후보를 찍어야하면 어쩌죠? 그리고 언제까지 자기들 목소리만 들어달라고 외치는 국회의원들을 봐줘야 할까요? 벌써 21대 국회의원을 기다려야 하는건지 아니, 그 또한 마찬가지라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건지… 서글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