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수학영재, 24일 홍콩 떠나 한국 도착…19년만에 처음"
↑ 탈북 수학영재/사진=MBN |
지난 7월 중순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 학생이 이달 24일 홍콩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참가를 위해 7월 6일부터 홍콩에 머물던 북한 수학영재 리정열(18)군이 같은 달 16일 저녁 사라진 뒤 홍콩주재 한국 총영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홍콩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28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리 군은 지난 24일 홍콩을 떠나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리 군에 홍콩에 도착한 지 약 80일만, 홍콩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지 약 70일 만입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탈북자가 중국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제3국을 거쳤지만, 당일 한국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제3국이 어디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소식통은 "홍콩 총영사관 앞을 24시간 지키던 현지 사복 경찰들이 주말 이후 월요일인 26일부터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현지 언론은 리 군이 지난주 말 홍콩을 떠나 한국에 도착했다고 탐사 전문 신생 민영통신사인 팩트와이어뉴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팩트와이어는 리 군이 한국총영사관 내 회의실에서 머물렀으며 식사와 취침을 포함해 24시간 총영사관 직원들이 리 군과 동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군은 시간보내기 용으로 전자오락기를 받았으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도 소개했습니다.
SCMP가 팩트와이어로부터 리 군이 총영사관에서 지내던 8월 말 며칠간 포착한 모습이라고 제공받았다며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는 안경을 쓴 리 군이 창가에 서서 블라인드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불이 켜진 방안에서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팩트와이어는 지난달 일부 매체가 리 군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이후 리 군이 여전히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머무는 모습을 촬영해 현지 계약사들에 제공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리 군은 1997년 7월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에 진입한 탈북자입니다. 홍콩에서 탈북자가 한국행을 허가받은 것도 주권 반환 이후 처음입니다.
주권반환전인 1993∼1997년 6월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간 탈북자는 1996년 12월 망명한 북한 주민 김경호씨 일가족 17명을 포함해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팩트와이어는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이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홍콩을 방문해 홍콩 보안 당국, 중국 외교부의 홍콩 상주기구인 주홍콩 특파원공서 등과 만나 리 군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소식통에 확인한 결과 홍콩을 방문한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은 리 군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을 지원했을 뿐, 중국·홍콩 당국과 대책 논의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소식통은 영사관 내 회의실에 머물던 리 군이 민원실 옆 화장실에 가기 위해 회의실을 벗어날 때 민원인에게 쉽게 노출될 소지가 있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리 군이 한국총영사관에 마련된 별도 숙소에 머물렀다"며 반박했습니다.
한국총영사관에 머물던 리 군이 다른 이와 대화하거나 식사, 옷 정리, 청소 등을 하는 모습, 영사관 건물 밖으로 나온 모습 등이 팩트와이어에 촬영된 것을 두고 탈북자 신변 보호를 위한 보안 강화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은 리 군의 망명 신청과 한국행 여부 등에 관한 한 매체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도 영사관 내 탈북자 체류 여부에 답하지 않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탈북 관련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탈북민의 신변안전, 관련국과의 외교문제 등을 감안해 확인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우리 정부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탈북민 보도에 대한 기본 원칙이지만 외교문제 등을 언급, 홍콩언론의 보도를 우회·간접적으로 확인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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