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의 한 유명 애완동물 가게 거리. 한때 부모님 손을 잡고 또는 연인끼리 새로운 가족을 찾아 나서 붐볐던 이 거리지만 이제는 썰렁하기만 하다.
인터넷과 마트에서도 강아지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바로 유리창 아래에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어린 강아지들이다. 유리창 너머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도 있었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얼굴을 몸 안쪽으로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녀석들도 많았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따르면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강아지 번식장’을 통해 경매로 들어오게 된다. 강아지 번식장이란 강아지를 교배해 상품가치가 높은 새끼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 안에서 어미견은 1년에 2~3번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태어난 새끼들은 50~60일 정도 어미젖을 먹는다.
하지만 펫숍에서는 ‘작아야’ 강아지들이 잘 팔린다는 생각 때문에 대부분 태어난 지 20~30일이 되면 경매장을 통해 ‘가게’로 판매된다. 나이가 들어 상품가치가 떨어진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통해 일부 애견관련 미용학원이나 식용으로 팔리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강아지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번식장에서 불법 의료행위도 자행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아지들이 작고 건강해야 잘 팔린다. 이 때문에 번식장에서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강아지들에 항생제를 놓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주사기를 사용하는 건 수의사법 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의 주인으로 등록된 경우 임의의 진료 행위 등이 처벌받지 않는다. 법의 맹점을 이용해 강아지 번식장에서 자행되는 일이다. 동물보호단체와 애견인들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강아지들에게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건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강아지들도 부모로부터 강아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는데 펫숍에서 팔리는 강아지들은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지다 보니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친다. 박 대표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판매된 강아지들은 트라우마 때문에 오히려 더 공격적이게 될 수도 있다”며 “이런 강아지를 사고파는 행위는 강아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쇼윈도 자체도 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강아지들은 안정적으로 숨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쇼윈도에 진열된 강아지들은 사방이 노출된 공간에 놓이게 된다. 현란한 불빛 아래에 노출된 강아지들은 많은 사람이 다니고 소음이 있는 쇼윈도 그 자체에 큰 스트레스와 마주하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강아지들의 습성을 파악해 강아지들에 더욱 친화적인 분위기를 꾸린 펫숍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 유명 대형마트에 입점한 한 펫숍은 태어난 지 60일이 넘는 강아지들만 판매하고 있었다. 애완동물 가게 거리 등에서 불쌍한 유기견만 입양해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펫숍도 증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강아지 경매장 한쪽에서는 작고 어린 강아지들이 경매되는 한편 반대쪽에서는 상품
다시 유명 펫숍 거리를 지나치며 눈을 비볐다. 작고 귀여운 포메라니안이 앉아 있는 틀 위에 ‘특A급’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디지털뉴스국 서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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