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영향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던 지난 5일 낮 12시13분. 낙동강홍수통제소는 ‘12시30분 태화강 홍수주의보 발령’을 팩스로 국민안전처에 보냈다. 하지만 안전처가 해당 재난문자를 울산지역에 발송한 시간은 낮 12시29분. 무려 16분이 지난 뒤였다. 이 시간동안 울산 태화강 인근 태화시장은 이미 건물 1층 전체가 물에 잠겨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황이었다. 안전처가 팩스를 받고 상황 파악을 한 뒤 윗선에 보고를 하고, 결제를 마친 다음에 문자를 발송하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오전 11시40분께 울산시청 재난관리과는 안전처에 ‘폭우에 따른 하천 범람과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긴급 재난문자 승인을 요청했고, 안전처는 3분 뒤인 11시43분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문자 발송 시간을 줄인 것은 울산시가 이미 재해 상황 파악을 끝낸 뒤여서 안전처가 다른 절차없이 곧바로 재난문자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안전처의 승인 절차가 없었다면 더 빨리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었다.
국민안전처가 최근 발생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해 늑장 재난문자를 발송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긴급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7일 매일경제 취재결과 밝혀졌다. 안전처는 이날 “경주 지진 이후 재난문자가 늦게 발송된다는 지적이 있어 재난문자 발송 서비스를 지자체 위임하는 등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이번 울산 태화강 홍수주의보 문자발송 등은 많게는 10분 정도 일찍 보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처 한 관계자는 “ 재난문자 발송 서비스 지자체 위임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안전처는 국가적인 재난에 집중하는 것이 주요 개선 내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재난문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문자 발송을 신청하면 안전처가 승인을 한 다음에 발송된다. 지자체는 재난문자를 발송할 권한이 없다. 재난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안전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에 문자 발송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자체는 재난 상황 파악이 끝난 요청서를 안전처에 보내기 때문에 재난문자 발송에 시간이 덜 걸리지만 기상청 등 관계 기관들의 문자 발송 요청은 안전처가 별도로 상황 파악을 하는 절차가 있어 지자체 요청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재난문자 발송 승인 절차 간소화를 꾸준히 요구했다. 지난 경주 지진 당시 이 지역 일선 공무원들은 “우리 마음대로 문자 하나 전송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지자체가 문자 발송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있다고 주장해 했다.
안전처는 재난문자 발송 권한이 지자체로 위임될 경우 서비스장비 설치 등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을 20억원으로 추산했다. 예산 확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재난문자방송서비스를 지자체장 치적 홍보 등으로 전용하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안전처가 재난 상황을 제 때 알리지 못했다는 비판은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7일 안전행정위원회의 국민안전처 국감에서 김영호 의원(더민주)은 “태풍이 상륙했을 때 안전처의 대응은 태풍 피해에 주의하라는 문자가 다였다”며 “울산 태화강이 범람해서 태화시장이 물에 잠기고 자동차 침수가 이미 진행된 상태인 데도 안전처는 낮 12시가 넘어서야 비 피해에 주의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질타했다.
경주 지진과 관련해서도 박성중 의원(새누리당)은 “일본은 지진 속보가 5~20초 내 송출되고, 동물들의 이상 행태를 보고 사전 감지하거나 진앙지 상공에서 전파를 분석하는 최신기술도 개발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영진 의원(더민주)은 “우리나라는 기상청에서 국민안전처로 지진 감지 통보가 간 뒤 지진방재과가 분석한다. 8~11분이 늦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상청에서 보낸 지진감지 정보가 안전처와 국가정보원, 심지어 청와대에 1회 이상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나왔다. 황
[서대현 기자 / 최희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