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지역 공통점?…시가지 관통하는 '도심하천'
↑ 사진=연합뉴스 |
큰비를 뿌렸던 태풍 '차바'로 쑥대밭이 된 남부권 도시에 공통적인 원인으로 시가지를 흐르는 도심하천이 범람이 꼽히고 있습니다.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를 몰고 온 이번 태풍에 낙동강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도심하천 곳곳이 넘쳐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가 난 울산은 태화강이 범람해 피해를 키웠습니다.
태화강물이 넘치면서 울산시 전체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창원시 역시 도심을 가로질러 마산만으로 흘러드는 창원천이 넘치면서 주변 단독주택, 상가 등이 침수피해가 났습니다.
태풍 집중호우와 만조 시간까지 겹치면서 창원천 일대는 하천과 도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물이 넘쳐났습니다.
경남 김해시·양산시, 경북 경주시 등도 도심하천 범람으로 시가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제주시는 용담동 한천이 넘쳐 주차 차량 50여 대가 휩쓸렸습니다.
몇 곳의 도심하천 제방은 수압을 견디지 못해 붕괴하기까지 했습니다.
만조와 겹쳤다고는 하지만 태풍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더 큰 피해가 날 뻔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도심하천 범람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지적했다.
창원대 토목공학과 류시완 교수는 "최근 집중호우 패턴을 보면 시간당 강수량이 매우 많아지는 등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며 "과거 강수 조건으로 설계된 도심하천이 집중호우를 이겨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심은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포장된 곳이 많아 대량의 빗물을 받아내기 힘들다.
즉 투수 면적이 좁아져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는 대신 하수도를 통해 도심하천으로 곧바로 흘러들어 간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연구소장은 "도시화는 빗물이 땅으로 신속히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며 "이번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빗물이 한꺼번에 빠르게 도심하천으로 몰려 물이 넘쳤다"고 말했습니다.
빗물이 도심하천으로 흘러드는 속도를 늦추고 유입량을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류시완 교수는 "도심에 공원을 만들고 보도블록을 깔 때도 빗물이 스며드는 재질을 사용해 가능한 많은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도록 해야 한다"고
황경우 삼안기술단 부사장(수자원개발기술사)는 "폭우로 불어난 빗물을 한동안 가둔 후 도심하천으로 방류하는 우수저류시설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빗물 배수시설을 늘리고 도심하천과 연결된 지천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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