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인 유인경씨 기리며 서울대에 기부한 곽노섭씨 [이승환 기자] |
미국에서 뉴욕시립대 수학과 교수로 40여 년간 재직했던 곽노섭(85)씨가 8년 전 고인이 된 아내 유인경 씨의 이름으로 서울대에 10억원을 쾌척했다. 고( 故)유인경씨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당시 미생물학 분야를 전공했고 남편 곽씨는 한국 전쟁중 이곳에서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미국으로 건너갔다. 곽 씨는 미생물학을 공부한 아내에 대한 기억과 기초 연구분야에 대한 애정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아내는 미국 미시간 대학으로 유학와서도 계속 미생물학 공부를 이어 갔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시대라서 결혼 후 현모양처로만 살았죠. 제 기억 속 아내는 두 자녀를 휼륭히 키워낸 어머니이자 조용히 내조를 해 온 사람이었죠. 또 너무나도 정직하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6년 전 은퇴를 한 곽 씨는 젊은 시절엔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먼 이국땅에서 가족을 보살피고 자녀들을 공부시키기에도 사는 게 늘 팍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후 들어오는 연금의 일부를 차곡차곡 모으다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기부는 기금교수를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기금교수는 연구 활동을 위해 개인 또는 기관의 기부금으로 임용된 교원인데 한국은 아직 미국에 비해 지원이 약한 편입니다. 이번 기부로 기초 학문분야에서 열심히 뛰는 학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곽 씨는 이번 기부를 지지한 두 자녀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이들이 자신들은 걱정말고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말해주니 고맙죠.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1959년에 아내와 함께 의과대학을 졸업한 동문들이 힘을 보태서 이 기금이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십시일반으로 힘이 보태진다면 그 때는 제 아내의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유인경 기금’ 조성을 계기로 미생물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연구활동 기금으로 매년 3000만원 정도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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