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사서 보내준 책으로 공부한 재소자가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해 화제다.
지난달 서정화 부산지검 강력부 검사 앞으로 편지 한 장과 함께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증서’가 도착했다.
“검사님께서 보내주신 책을 읽으며 공부해 오늘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검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원본을 보냅니다. 이제는 정직하게 법과 양심을 어기지 않고 살겠습니다.”
합격증을 보낸 이는 바로 4년 전 서 검사가 구속기소 한 20대 청년이었다. 흉기로 위협해 남의 돈을 뺏는 중죄로 징역 5년형을 받은 그는 수사 당시 서 검사에게 “앞으로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다.
서 검사는 2년 전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청년에게 검정고시 책을 사서 보내줬다. 그는 그동안 구치소 안에서 책을 읽고 또 읽어 올해 결국 목표를 이뤘다.
청년은 “보잘것없는 제게 도움을 주셨다”며 편지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서 검사는 “정말 반가운 편지였습니다. 제가 하라는 대로 따라와 줘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웠죠”라고 답했다.
그녀는 지난 8년간 죄지은 소년들과 청년들에게 편지와 책을 꾸준히 보내왔다.
2009년 창원지검 형사부 초임검사였던 서 검사는 당시 상사이던 황교안 현 국무총리로부터 “검사에겐 대기업 간부를 구속하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녀는 곧바로 작은 실천에 들어갔다. 소년범들에게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책을 건네고 독후감을 써오라 한 것이다. 이후 소년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해 귀담아 들었다.
그러자 소년의 부모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던 아이가 검사님 말은 듣습니다”
서 검사는 그때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사비로 소년·청년 피의자에게 책과 편지를 선물했다. 교도소에 수감되면 우편으로 보내줬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8년간 100여 명에 달한다.
“저도 실은 학창시절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간호사가 될 뻔하다가 학교를 중퇴하기도 했죠. 그래서 소년범들을 보면 제 얘기부터 합니다.
서 검사의 이야기는 지난달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근 서 검사를 검찰 내 미담 사례로 선정해 격려했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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