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범인 징역 30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무작위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씨(34)에게 법원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께 강남역에서 여대생 A양(23)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신병 치료를 위한 감호와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죄는 사회 공동체 전체에 가한 범행”이라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씨는 대표적인 번화가인 서울 강남 한 가운데서 일면식도 없고 어떠한 잘못도 없는 23세의 젊은 피해자를 무작위로 살해했다. 이 같은 무차별 살인은 사회 전반에 불안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참작해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보다는 형량을 낮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형사 사법은 원칙적으로 책임능력이 있는 상태에서의 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에 ‘심신미약’으로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범인 형량은 감경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범인이 범행 당시 심신이 온전치 않았거나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경우 반드시 형량을 낮추는 게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여성 혐오’로 범행을 저질렀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정신감정인은 김씨가 여성을 폄하하기보다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증언했다”며 “피해 망상이 있었고, 남성보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범행 상대로 삼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결과를 지켜본 피해자 어머니는 법정 뒷자석에 앉아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채 조용히 흐느꼈다. 피해자 유가족은 앞서 재판에서도 지속적으로 “김씨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