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미한 질환을 핑계로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고전적인 '나이롱 환자' 수법에서 부터 외국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사기에 활용하는 국제적 수법까지 다양합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역대 최고인 6천5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3천500억원에 달해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입니다.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흉포화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범죄가 됐다는 점은 더욱 문제입니다.
◇ 작년 보험사기 6천549억원…자동차보험↓·생명보험↑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2013년 5천190억원에서 2014년 5천997억원, 지난해 6천549억원으로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적발금액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적발금액만 3천480억원에 이릅니다.
보험사기 대상은 자동차보험에서 생명보험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자동차보험을 대상으로 한 사기는 전체 보험 사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77.6%에서 지난해 47%로 크게 줄었습니다. 블랙박스가 널리 보급되고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설치된 영향이라는 게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설명입니다.
반면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을 대상으로 한 사기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체 보험사기에서 생명·장기손해 대상 적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과반인 50.7%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의료비 허위청구 등 이른바 '나이롱 환자'가 증가한 탓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입니다.
5개 보험사에 입원 일당과 입원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상품 9개에 가입하고서 입원이 필요 없는 발가락 질환을 핑계로 2년 넘게 병원에 입원해 3억2천여만원을 챙긴 40대 보험사기범이 최근 경찰에 구속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보험사기는 '팀플레이'…가족까지 살해하는 잔혹 범죄도
올해 들어 브로커들이 직접 개입하거나 조직이나 가족이 집단으로 보험사기를 벌이는 '팀플형' 보험사기 적발사례가 잇따랐습니다.
올초 육군 특수전사령부 전·현직 부대원들이 보험사기에 무더기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습니다.
특전사 대원들이 허위 후유장해 진단을 받아 현재까지 드러난 보험금만 23억원을 부당 수령한 이 사건은 보험 모집책과 병원 브로커들이 팀을 꾸려 실행한 조직적 보험사기였습니다.
일가·친척이 공모해 100여개 보험을 들고 허위로 입원해 18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타낸 사건도 있었습니다.
심모(51·여)씨 등 일가족 14명은 자녀, 배우자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장성 상품 100여개에 가입한 다음 경미한 질병을 핑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냈다가 꼬리를 밟혔습니다.
보험사기는 가족을 노린 연쇄살인극까지 불렀습니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독극물로 전 남편과 현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살해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습니다.
소순영 생명보험협회 홍보부장은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잔혹한 보험사기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생명보험금이 고액이다 보니 가족도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 '똑똑해진' 보험사기…추적 피하는 방법도 가지각색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보험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지능화합니다.
국내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받는 것이 어렵자 해외 병원에서 진단서를 꾸며 보험금을 타낸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진단서를 위조하고서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청구해 1억5천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관광객 33명과 브로커 2명을 적발했습니다.
자동차 경기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일반도로에서 난 것처럼 꾸며 수리비를 챙긴 레이싱 동호회원들도 있었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보험사기 담당 수사관은 "보험사기가 예전보다 더 지능화했다"며 "허위입원을 한 뒤 휴대폰은 병원에 두고 밖에 나가는 등 위치추적 기법까지 무력화하는 사기범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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