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제 총으로 경찰을 쏴 사망하게 하고 총격전까지 벌인 성병대(45)는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이웃주민 행세를 했지만, 집안에서는 세상을 향한 ‘테러’를 조용히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성의 옛 거주지였던 강북구 번동 주택가 주민들 말을 종합해 보면 그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다. 은둔형 외톨이는 주로 가족 이외에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피해망상과,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성을 드러낸다.
실제 이웃들은 그가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조용하고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겉으로는 친절해 보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25만원 짜리 집에 살면서 월세도 꼬박꼬박 잘 냈다고 한다.
성이 거주했던 강북구 번1동의 월세집 주인은 사건 소식을 접하고 “전혀 의심할 만한 게 없어 보였다. 3년 동안 집수리와 관련해서도 연락도 한 번 없던 사람이었다”며 “어떻게 (성병대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주민들 대부분은 그가 무슨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 출근은 제대로 하는지 등 평소 생활에 대해 잘 몰랐다. 매일경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성의 이웃 주민들은 “그저 얼굴만 하는 사이”라고만 답했다. 성은 이웃들에게 자신을 “책쓰는 사람‘이라거나 ”출판사를 하는 사람“이라고만 간단히 소개했다고 한다.
평범한 주민이었던 성은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잔혹한 ’테러‘를 꾸미고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강북경찰서가 강북구 삼양로 309길 인근에 위치한 성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보니 그의 집 곳곳에서 테러를 준비한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의 방에서는 사제 총기 조립에 필요한 화약 제조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폭죽껍데기가 다수 발견됐다. 경찰이 압수한 그의 컴퓨터를 분석해보니 인터넷 검색기록에는 ‘테러’ ‘외로운 늑대’ 등 반사회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검색어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나오는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이면서 혼자서 테러를 일으킨 ’외로운 늑래‘들의 기사를 다수 검색해 봤다는 것이다. 그는 극우적인 내용을 담은 ‘대지진과 침략전쟁’, ‘대지진과 임진왜란‘, ‘대지진과 정한론’ 등 책을 썼고,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에 대한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렇게 성은 외롭게 생활하면서 ‘외로운 늑대’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제 총을 만들어 세상에 대한 ‘테러’를 준비해 왔다. 결국 지난 19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28년간 묵묵히 민생 치안을 위해 일해온 경찰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경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그가 어떻게 사제 총기를 만들었는지와 총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 입수 과정 등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경찰은 주거지에서 추가 총기와 사제 폭발물 존재 여부 등을 확인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성의 범행 현장이었던 서울 강북구 오패선터널 인근을 다시 수색해 그가 만든 사제 총 1정을 추가로 발견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사제 총기는 모두 17정이다.
그는 전과 7범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복역 후 출소한 뒤 최고등급 우범자 관리 대상으로 경찰의 감시 감독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가 전자발찌를 찼다는 이유로 지난 7월 관리 등급이 낮아지면서 별 다른 관리를 받지 않았고, 그 사이에 범행을 저질러 경찰관이 사망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씨의 경우 법무부에서 별도로 관리하니 경찰이 중복 관리할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이 등급 조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에 대한 조사를 끝마치는 대로, 그를 특수공무집행방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다수 전과전력에 사제총까지 소유한 흉포범이 방탄조끼를 입고 설치는 반면, 경찰은 방탄복도 없이 맨몸으로 나섰다 허무하게 사망한 사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성 씨는 경찰의 3차례 걸친 실탄 사격에도 방탄복 때문에 손목 관통상 등을 제외하고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범인의 총탄에 숨진 고(故) 김창호 경위는 출동 당시 방탄복은 커
[서태욱 기자 / 임형준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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