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면세유 빼돌려 공장·버스에 공급한 일당 검거

해상 면세유 141만ℓ(시가 9억8000만원)를 빼돌려 공장과 버스 운전기사 등에게 판매한 일당 1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상 면세유는 탈세도 문제지만 황 함유량이 육상에서 쓰는 기름보다 최대 20배에 달해 환경오염과 엔진결함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시중 유통이 금지돼 있다.
26일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모 씨(54) 등 12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6∼7월 외항선에 공급하는 고유황 벙커C유와 경유 141만ℓ를 헐값에 사들여 육상용 저유황 기름보다 30%가량 싼 가격으로 수도권과 경남지역 염색·난방업체나 통학용 학원버스, 관광버스 등에 공급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부산 동구 북항 5부두 일대에서 빼돌린 해상 면세유를 150∼200t급 급유선에 모아뒀다가 심야 시간에 부산 사하구 구평동 부두로 이동해 탱크로리에 옮겨 실은 뒤 전국에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면세유 매입 총책인 박씨의 은행계좌를 분석해 면세유를 빼돌린 업자 10여 명을 추적하고 있다.
외항선이 국내에 입항하면 대리점을 통해 면세유를 주문하는데 일부 급유업체가 기름을 공급하면서 선박 관계자에게 뒷돈을 주고 주문량의 20%가량을 빼돌리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공장에서 쓰는 저유황 벙커C유는 황 함유량이 0.5% 이하이지만, 외항선용 고유황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은 4% 이하여서 육상에서 사용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황산화물이 대폭 증가한다.
또 황 함유량 0.05% 이하인 저유황 경유와 달리 황 함유량이 1% 이하인 외항선용 경유를 자동차에 쓰면 엔진과 배기계통에 부식을 초래하고 불완전 연소로 엔진결함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해상 면세유 가격이 육상용 기름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불법유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석유사업법에는 해상 면세유 불법유통에 대한 처벌조항만 있고, 밀반출된 기름을 사서 쓰는 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어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이에 따라 관련 부처에 석유사업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청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