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한달, 관가 식당 매출 급감…'혼술족' 늘었다
↑ 김영란법 한달/사진=연합뉴스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은 식당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저녁 예약 대신 점심 예약이 늘었고, 3만 원 미만의 이른바 '김영란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체면때문에 주저하던 식비 '각자 내기'도 이제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과 관계 없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는 분위기입니다.
한우와 해산물 등 고가 음식점은 매출이 급감했고, 연회 예약이 줄어든 특급호텔들은 자구책으로 저가 메뉴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습니다.
◇ 일상화된 각자내기…저녁엔 '혼술족' 늘어
2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식당에선 자신의 식사비용을 각각 지불하는 '각자 내기'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예외적으로 식사 비용의 경우 3만 원이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적용대상자가 이를 받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의 취지에 맞게 아예 처음부터 가격대에 상관없이 각자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현상은 고가 식당은 물론 중·저가 식당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젊은 직장인 손님 비중이 높은 광화문의 한 태국음식점 직원 이희은(27) 씨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손님들도 식사 후 인원수대로 카드를 주고 나눠 계산해 달라는 경우가 늘었다"며 "영수증도 한 장씩 챙겨달라는 경우가 많아 아예 계산 전에 손님에게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식당은 단품 메뉴가 대부분 1만~2만 원대입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 정확한 집계는 분석 중이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비교하면 결제 패턴은 확연하게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식당에서 결제 총액이 3만 원이 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면, 이제는 총액이 3만 원 미만인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향응·접대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청탁금지법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저녁 모임이 줄면서 일찍 귀가해 혼자 또는 가족들과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혼자 음주)·홈술(집에서 음주)족이 뚜렷하게 늘어난 것도 특징입니다.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발효된 지난달 28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냉장 안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1%나 늘었습니다.
술 판매 실적도 주종과 관계없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법 시행 이후 전체 맥주, 수입 맥주, 소주 매출 증가율은 각각 20.4%, 33.5%, 20.8%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숙취해소음료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9월 28일을 기점으로 20%에서 9.7%로 거의 반 토막 났습니다.
법 시행으로 저녁 술 접대, 술 모임 자체가 줄어든 데다 숙취해소음료가 필요할 만큼 과음, 폭음하는 경우도 드물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파리 날리는 한우전문점…호텔도 연회 매출 '뚝'
한우전문점과 해산물 전문점, 한정식집 등 고급 식당들의 매출 타격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전국 한우구이 전문 식당과 정육점 매출액은 각각 평균 22.3%, 17.9% 감소했습니다.
특히 공무원 손님이 대부분인 세종시 관가 주변 식당과 정육점은 매출이 30%에서 최대 70%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농식품부가 지역별로 주요 식당 및 정육점 20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식당 관계자들은 '공무원 및 공공기관 등의 예약 손님이 거의 없을 뿐더러 평일은 대부분 점심 위주이고, 저녁 회식도 줄어들었다'고 답했습니다.
게다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외식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사실상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6년 3/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더라도, 한정식집(62.33p)과 해산물 전문점(63.21p), 행사·이벤트용 출장음식서비스업종(63.71p)은 연말까지도 전년 대비 경기가 어두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급호텔·리조트들도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호텔 연회 메뉴로는 3만 원이라는 식사 상한선을 맞추기 어렵다 보니 연회 예약 건수도 자연스레 줄어든 것입니다.
롯데호텔서울의 연회 전체 매출액은 10월 1일부터 이날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고, 대명리조트는 10~11월 예정됐던 행사가 10여 건 가량 취소되는 등 리조트 매출이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콘티넨탈 호텔,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 등 일부 호텔들은 자구책의 하나로 3만 원 이하의 연회 식사 메뉴를 잇따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화훼업
특히 경조사 화환 및 선물용 난 소비가 급감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꽃다발 -40%, 화환 -35.5%, 난 -47.1% 등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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