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총리 지명 직후 이임식을 열겠다고 공지했다가 1시간여 뒤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황 총리가 오히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타오르는 정국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총리실은 김 교수 총리 지명 발표 약 30분 뒤인 10시쯤 ‘오후 1시에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황 총리 이임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 1시간 20분 뒤 ‘이임식 일정이 취소됐다’고 번복했다.
총리실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각의 대표인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이임을 하려고 했지만, 국정운영 공백이 한시라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임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리실은 이례적으로 신임 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이임식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경우 신임 총리가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정식 취임하기까지 상당한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황 총리는 사임 발표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를 거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책임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같은 날 청와대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의가 청와대 공식 보고체계에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철 인사수석에게 물어본 결과 ‘황 총리가 사의를 문서로 보내거나 구두로도 전달한 것은 청와대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황 총리 이임식이 번복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해놓고 야당 측이 거세게 비판하자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황 총리가 개각 관련 내용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가 김 교수에 대한 총리 지명 발표를 접한 뒤 불쾌감을 느껴 이임식을 서둘렀다가 결과적으로 낭패를 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현재 박근혜 행정부의 ‘2인자’인 황 총리가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과 적절한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현행 법률에 따르면 국무총리 유고시에는 각각 경제·사회 부총리 역할을 맡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의 순서로 총리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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