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태안 앞바다 기름은 상당부분 걷혔습니다.
그러나, 백사장을 파면 샌드위치처럼 기름찌꺼기가 쌓여 있어 갯벌 생태계 복원이 요원한 상태입니다.
이무형 기자가 태안 앞바다를 다녀왔습니다.
기름 범벅이 됐던 충남 태안군 학암포 해수욕장.
주말을 맞아 겨울바다를 찾은 가족들이 바라본 맑은 바닷물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옵니다.
태안 방제대책본부 역시 두터운 기름이 고여 있는 이른바 '오염심각' 지역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탠딩 : 이무형 / 기자
-"멀리서 보면 대부분의 기름찌꺼기는 걷혀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땅을 파고 들어가면 상황은 이렇게 달라집니다."
돌더미 사이는 물론, 깨끗이 청소된 것처럼 보였던 백사장도 샌드위치처럼 기름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밀물에 밀려온 기름이 썰물로 모래에 덮이기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입니다.
이래서는 갯벌 생태계 복원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모래무지와 성게, 굴, 그리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갯가재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결국 백사장을 갈아 엎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 이평주 / 환경운동연합 서산태안 사무국장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모래속에는 여전히 많은 기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아 엎어서 파도에 의해 씻겨 나가게 하는 작업인데요. 이런 작업들을 얼마나 더해야할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수천번 몇만번을..."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이 숨쉴 수 있도록 산골의 밭이랑처럼 경운기를 동원해 골을 파주는 것입니다.
절망도 크지만 곳곳에서 희망도 피어납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태안을 살리겠다고 전국에서 모여든 봉사자들이 그 희망입니다.
인터뷰 : 이다경 / 경기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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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실수로 상처를 입었던 자연이 그 죄를 씻으려는 인간들의 정성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mbn 뉴스 이무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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