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 중심에 선 최순실 씨가 부동산투자신탁인 리츠(REITs) 인·허가까지 개입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강남의 한 부동산사업자를 만나 “돈을 주면 리츠 허가를 도와 주겠다” 말한 목격담이 나온 것이다. 최근 최씨는 미공개 개발 정보를 취득해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정부 인허가 까지 ‘이권사업’으로 활용하려 했던 정황이 나오면서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빌딩관리 및 부동산자산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A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 같은 목격담을 털어놨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금융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올리고 배분하는 금융상품이다.
A대표는 “2014년 1월 경 한 지인 소개로 최씨를 강남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식당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최씨를 A대표에게 소개한 사람은 한 여권 중진의원 쪽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랜드 인터콘티넬탈 호텔은 최씨가 헬스장 VIP회원으로 등록했고 주변 지인들과 자주 만나온 ‘아지트’로 유명한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 의상을 준비하는 강남 샘플실 영상에 등장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 역시 이 헬스장 트레이너 출신이다.
A대표는 당시 임대주택과 관련한 리츠 인허가를 준비하던 중이었는 데 이런 정황을 들은 지인이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주선한 사람이 다름아닌 최순실씨 였다는 것이다. A대표는 “최씨와 호텔에서 식사를 했는데 리츠 인허가를 도와줄테니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며 “선입금으로 50%에 해당하는 5000만원을 주면 도와주고 허가가 나면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A대표는 최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최씨 존재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고 차림새 자체도 그냥 돈많은 강남아줌마로 보였기 때문이다.
리츠 인허가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설립되는 대부분 리츠의 경우 사모형태이고 올해부터 사모형태 리츠는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설립주체인 자산관리회사(AMC)가 일정 조건만 갖추게 되면 거의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리츠 설립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설립주체도 아닌 개인이 끼어서 ‘로비’를 할 필요도, 로비가 작용할 여지 자체가 없어 그런 말을 최씨가 했다면 ‘사기’일 것이라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그러나 최씨가 거액의 돈을 조건으로 리츠 설립을 밀어주겠다고 한 시기는 리츠 설립이 등록제가 아니라 허가제였고 정부 입김이 적지않게 작용되던 시기였다. A대표가 최씨를 만난 몇 개월 후인 지난 2014년 5월 국토부는 허가제로 운영됐던 리츠에 대해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 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개정안을 발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최씨는 이 자리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리츠설립 허가를 밀어주려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A대표가 최씨의 제안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반응을 보이자 지인과 대화화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대놓고 과시했다고 한다.
A대표는 “최씨는 8만원짜리 식사를 시켜놓고 ‘VIP(박근혜 대통령)가 내가 만들어 주는 반찬을 참 좋아한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이 부분은 최근 최씨의 조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사적으로 반찬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웠다”고 말한 부분과 일치한다. 아울러 최씨는 이 자리에서 포스코 회장에 대한 언급도 했다고 한다. A대표는 “포스코 회장을 거론하면서 조만간 자기가 아는 사람으로 교체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기술부문장(사장)이던 2014년 1월 정준양(68) 전임 회장을 잇는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당시는 이미 언론에 권 회장에 대한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여서 최씨가 진짜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개입했는지,아니면 본인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뻥튀기’를 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개발사업과 직결된 리츠 인허가에까지 최씨가 손을 뻗으려 했다는 의혹은 최근 최씨가 국토부의 미공개 수도권 개발 정보를 청와대를 통해 미리 얻은 뒤 이를 이용해 막대한 부동산 투자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파문이 더 크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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