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 공원 입구에서 10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집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문하고 있다. [사진 = 유준호 기자] |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입구에서는 1000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이날 교복을 입은 이들의 손에는 교과서 대신 ‘청소년이 주인이다’, ‘박근혜 하야’가 적힌 피켓이 쥐어져 있었다.
이날 ‘전국 청소년 시국 대회’는 청년 예술인 콘서트로 시작됐다. 대중가요를 개사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60대 김 모씨는 “청소년들 집회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기성세대들의 시위문화와는 다르게 대중가요가 나오니 신선하다”고 말했다.
탑골광장 앞에 1000여명의 청소년이 운집했지만 이들 중·고교생들은 경찰에서 설치한 ‘폴리스 라인’을 지키면서 성숙한 집회 문화를 보였다. 주황색 조끼를 착용한 자원봉사자들도 집회 참석인원이 차선을 넘지 않도록 안내하면서 평화 시위를 이끌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중·고등학생들은 현 시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오전 인천에서 서울로 온 고등학교 1학년 백 모양(17)은 “나는 성공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누구는 엄마가 그냥 실세라는 이유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꼈다”며 “교과서에서 배운 세상과 실제로 밝혀진 세상이 너무 달라서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서 청소년 지도자 이영석 씨도 “매일매일 청소년을 만나면서 ‘꿈을 포기하지 마라’, ‘열심히하면 꿈은 이뤄진다’고 말해왔는데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거짓으로 만들었다”며 “청소년들에게 ‘엄마를 잘 만나면된다’, ‘이모나 고모를 잘 만나면 된다’는 세상을 보여주었다”고 한탄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인파가 청와대 인근 구간을 행진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경찰이 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금지한 데 반발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12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되는 본 집회와 도심 행진이 주최 측이 계획한 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청와대 인근 율곡로와 사직로의 행진을 전면 제한하려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투쟁본부)이 개최하고자 하는 집회·행진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 노인을 불문하고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집시법상의 집회 제한 규정을 엄격히 해석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 집회들은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됐다”며 “집회 참가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집회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한 비상통로 확보의 필요성이 문제 될 수 있으나, 주최 측이 응급상황에 대비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국민의 안전 보장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경찰이 신청인과 공동으로 신속히 대처해 이를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찰이 해당 구간의 행진을 금지할 경우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경찰은 법원 결정에 따라 이들 4개 경로 외에 민주노총이 신고한 행진도 경복궁역 교차로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애초 서울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까지 만으로 제한 통보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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