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직원이 된 만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겠습니다”
올해 만 56세인 부산 ‘최고령 막내공무원’인 김진용씨의 다짐이다. 김씨는 올해 하반기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합격한 뒤 발령지인 부산 금정구청에 16일 처음 출근했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서 근무한 ‘증권맨’이었다. 1985년 입사해 29년 동안 증권업계에 몸담았다. 기업경제 분석 업무를 주로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부산·경남 지역에서 지점장을 두 번 맡기도 했다.
그랬던 그도 2014년 ‘명예퇴직’이라는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예정보다 1년 6개월 빨리 회사를 떠나게 됐다. 퇴직금과 예금으로 막연하게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몇 번 한 적이 있었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자 계획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가 공무원을 꿈꾸게 된 것은 58세의 나이로 국내 최고령 신입 공무원이 된 서울의 한 기초단체 공무원의 기사를 보게 되면서다.
김씨는 “한 신문을 보고 나도 기업체에서 열심히 일한 경력을 살려 이번엔 공직에서 보람차게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부터 매일 도서관을 찾아 공무원 시험을 독학했다. 모든 시간을 공부만 하는데 쏟아 반년만인 올해 하반기 합격하는 성과를 이뤘다.
김씨는 부산에서 ‘최고령 신입’ 기록을 세웠다. 금정구청에 함께 발령받은 동기 중 가장 어린 한대경 씨(19)와는 무려 37살의 나이 차가 난다. 그는 동기들을 볼 때면 “‘내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조기 퇴직 이후 일자리 찾을 때 느낀 고통과 자식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느끼는 미안함이라는 복잡한 두 감정은 김씨가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고민해왔던 문제다.
김씨는 답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자기의 전공을
김씨는 공무원 정년인 60세까지 만 4년가량을 일하게 된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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