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 트위터 유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 ‘총 맞을 때까지 버티는건 집안 내력인가요?’라는 피켓을 든 사진을 공유하며 ‘와 진짜 다락방에 숨겨둔 리볼버 들고 청와대로 가고싶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인 14일 이 유저는 경찰 사이버 수사대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 글을 본 또 다른 트위터 유저가 그를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했기 때문. 이 유저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사이버 수사대는 거주지에 다락방이 있냐는 질문부터 리볼버 소지여부 글의 의도 등을 물었다. 이 유저는 간단한 신상정보를 밝힌 뒤 실제 다락방이 없는 빌라에 거주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소식을 듣고 흥분한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후 사이버 수사대는 표현을 순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유저는 ‘절차가 끝났는지’를 물었지만 사이버 수사대는 다락방이 있는지 실제 확인이 필요하다며 다른 부서에서 연락이 갈거라고 안내했다.
약 2시간 뒤 실제 경찰이 이 유저의 집을 덮쳤다. 이 유저에 따르면 파출소와 관할서 강력계 형사 7~8명 가량이 철모에 방탄조끼를 착용한 후 집에 들어가 트위터, 인터넷 검색내역 등을 채증해갔다.
황당한 일을 겪은 그는 “영장없이 집을 뒤지는 것이 정당하냐”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청와대가 예민한 상황이라 위에서 강력하게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문제없으니 그만 가겠다”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이어 그는 “세금 꼬박 내는 일개 소시민이 넋두리도 못하냐. 정작 조사 받아야할 사람은 건들지도 못하면서 이건 말이 안된다”고 따졌다. 경찰은 “자신의 영역밖의 일이고 마음은 잘알겠다”며 일을 급히 마무리하고 떠났다.
그는 트위터에 사이버 수사대의 연락부터 경찰 방문까지 사건 진행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했고 그 결과 해당 사건은 ‘리볼버 사건’으로 입소문을 탔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두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네티즌은 “앞으로 경찰 신고는 ‘무조건 우리집 다락방에 리볼버가 있다’고 해야겠다”며 “이것이 진정한 세금낭비이자 재능낭비다”라고 말했다.
‘우리집 다락방’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트위터에서 경찰을 조롱하는 움직임도 있다. 트위터리안들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집 다락방에 리볼버 있어요 수사해주세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사표나 리볼버는 있지 않나’ ‘요즘도 다락방이랑 리볼버 없는 집이 있나요?’ ‘전국민 마음속에 있는 리볼버로 맞았으면 이미 하데스 만났을 듯’ 등의 트윗으로 수놓고 있다.
간혹 윗선에 지시에 다소 과도한 수사를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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