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새 AI (사진=연합뉴스) |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는 철새가 걸리는 독감이다.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전염병으로 분류됩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수백종에 달하는 것처럼 AI 역시 유형이 꽤 많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혈청 유형에 따라 H형 16종과 N형 9종으로 구분되는데, 이론상 16종과 9종을 곱하면 144개 유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올해 베트남과 중국, 홍콩에서 발생한 H5N6형, 멕시코에 퍼진 H7N3형, 프랑스에서 문제가 된 H5N9형처럼 다양한 조합이 생기는 것입니다.
전남 해남의 산란계 농장과 충북 음성의 육용 오리 농장에서 확진된 AI는 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고병원성 H5N6형입니다. 축산당국은 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철새를 꼽습니다.
바이러스 유형 분석은 정밀 검사를 통해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이 풀지 못한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껏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고병원성 바이러스는 H5N1형과 H5N8형, 그리고 지난달 말부터 퍼지기 시작한 H5N6형을 포함, 모두 3가지인데 2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것은 13년 전인 2003년 12월 10일이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종계 농장의 닭 2만6천여 마리 중 2만1천여 마리가 폐사하면서입니다.
조사 결과 1997년 홍콩에서 인명 피해를 초래했던 AI와 같은 유형인 H5N1형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10개 시·군 392개 농가의 닭·오리 528만5천여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2006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 2008년 4∼5월,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 이 바이러스가 퍼지며 살처분이 되풀이됐다. 이 기간에 매몰 처리된 가금류는 무려 1천947만7천여 마리에 달합니다.
2년 넘게 잠잠했던 고병원성 AI는 2014년 1월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장에서 다시 발생했습니다. 이 농장의 오리 2만여 마리를 포함, 그해 7월까지 전국 19개 시·군 548개 농장의 가금류 1천396만1천여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이때 확인된 고병원성 바이러스 유형은 H5N8형입니다.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난해 9∼11월, 올해 3∼4월에도 AI가 발생했는데, 축산당국의 골치를 썩인 바이러스 유형은 이전과 같은 H5N8형입니다.
올가을에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유형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 채취한 분변 등 야생조류 시료에서 H5N6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된 데 이어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의 농장에서도 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H5N6형 바이러스가 축산당국과 가금류 사육 농가의 애를 먹일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2가지 이상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동시 유입되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도 이렇다 할 분석을 내놓지는 못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 관계자는 "올해 야생조류 시료를 분석해 보니 H1에서 H13까지 다양한 유형의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대부분 저병원성이고 고병원성은 이번에 확진된 H5N6형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우연히 1개 유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만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뿐 알 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류학계 역시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조류 이동 경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대 황태생태연구원의 윤종민 연구원은 "철새도 병에 걸리면 죽는 만큼 번식지이자 장거리 여행의 시작점인 시베리아에서 AI에 감염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월동지인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도중 중간 기착지에 내려앉았다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AI에 감염된 철새가 월동지인 국내로 날아든 후 먹이활동을 하면서 한 가지 유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철새의 이동 경
AI예방통제센터 관계자는 "미스터리이기는 하지만 2개 이상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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