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회시위를 바라는 시민들은 내자동 로타리 인근 배치된 차벽을 꽃을 물들여놓았다. 경찰버스에 갖가지 꽃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 <연규욱 기자> |
전국적으로 95만명의 인원이 모였지만 단 한명의 경찰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내자로 사거리 일대에 경찰 버스에는 수만 개의 ‘꽃’ 스티커가 붙기도 했다. ‘평화 시위’를 상징하는 시민들의 퍼포먼스였다.
지난 주엔 일부 과격 시위대가 경찰버스위로 올라가고 집회 금지구역에 차벽을 뚫고 들어가는 등 경찰과 대치하다 23명이 경찰서로 연행됐었다.
이날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등 몇몇 보수단체 측 1만여명이 맞불집회를 예고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나 경찰과 시민들의 적극적 협조로 어떤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사모는 질서유지인 300여명을 두고 서울역광장에서 남대문로터리까지 평화롭게 행진을 벌였다. 8시께부터 시작된 행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공연한 자수 전인권 씨는 “박사모가 때리면 그냥 맞아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으시는 분들 굉장히 많아요. 세계에서 가장 폼 나는 촛불시위가 되도록 합시다”라며 수십만 명의 집회참가자들에게 평화시위를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로 진입하기 위해 내자동 인근 우회로로 월담을 하는 이들도 이날만큼은 없었다.
평화시위의 진면목은 오후 늦게 청와대 진입로인 종로구 내자동 사거리로의 행진이 시작되며 나타났다. 시민들의 진입을 막기위해 내자동 사거리부터 광화문까지 배치된 경찰버스에는 수만 개의 ‘꽃’ 스티커를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시민들의 평화시위에 대한 염원을 담은 꽃 스티커들로 인해 ‘차벽’은 순식간에 ‘꽃벽’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이는 예술 크라우드 펀딩 ‘세븐픽처스’가 이강훈 작가의 제안으로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스티커들을 무료로 나눠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이 작가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을 가로막고 서 있는 차벽과 전경들의 방패를 꽃들로 채워보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폭력적이지 않지만 적극적인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퍼포먼스 참여를 독려했다.
밤 11시가 되자 시민들은 하나둘씩 차벽으로 모여 스티커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수백명의 집회 참가 시민들이 수십여대의 버스에 달라 붙어 스티커들을 하나둘씩 떼어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학생 사다흰(21)씨는 “경찰기물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꽃 스티커를 떼고 있다”며 “의경들도 다 제 또랜데, 위에서 시켜서 하는거지 이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친구 서너명과 스티커 제거작업을 진행했다. 한때 일부 집회참가자들 사이에서 스티커를 뜯어내는 학생들을 야단치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집회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시민들은 광화문광장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워 모왔다. 자정 무렵 광화문광장은 피켓 하나 땅에 버려져 있지 않은 깨끗한 모습이었다.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