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압수수색' K 스포츠 재단 추가지원·면세점 사업권 관련성 규명
↑ SK·롯데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SK·롯데그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과 면세점 사업권 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고자 24일 두 그룹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면세사업부, 서린동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면세점 사업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습니다.
세종시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장실, 대전에 있는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실, 전직 관세청 관계자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롯데측에선 소공동 본사 내 신동빈 그룹 회장과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집무실이 압수수색됐습니다.
최상목 1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실무적으로 관여한 인물입니다.
검찰은 올 초 두 기업과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배후에 있는 K스포츠재단측 간 추가 지원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2∼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각각 비공개 개별 면담을 가졌고 그 직후 K스포츠재단은 두 기업에 각각 80억원, 75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는 별개의 지원금 요구였습니다.
롯데는 이후 5월께 실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측에 입금했다가 6월 초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습니다. SK는 사업의 실체가 없다며 거절하고서 30억원으로 축소 제안했고 종국에는 추가 지원이 무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올 상반기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 방향을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올 3월 면세점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이어 관세청이 올 4월 29일 서울 시내면세점 4곳 신규 설치를 발표했습니다. 6월 3일에는 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를 냈습니다.
당시 공고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새로 면세점에 입찰할 때 감점을 준다는 정부의 제도 개선안이 빠져있어 사실상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롯데와 SK는 작년 11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각각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사업권을 잃고서 재기의 기회를 모색하던 터였습니다.
지난달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사실상 롯데·SK에 사업권을 주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습니다.
관세청은 일단 연말 면세점 특허 심사와 발표 일정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12월 중순께 특허 심사를 마치고 발표한다는 목표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12월 초에 특허선정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만큼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사업계획 자체가 취소되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올 초 관세청이 신규 시내면세사업자 선정 계획을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과당경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책이 추진되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면세사업권 재승인에 탈락한 특정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는 풍문도 돌았습니다.
검찰은 이런 흐름을 토대로 두 기업이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대가로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사에서 이런 과정 전반에 부정한 청탁 또는 대가성이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등 관련자의 추가 범행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롯데 70억 추가 지원 의혹과 관련해 최씨와 안 전 수석에 직원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상태입니다. 대가성이 확인되면 제3자 뇌물죄가 추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아울러 롯데·SK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배경에 사업상 필요성이 있었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K는 SK하이닉스(68억원)·SK종합화학(21억5천만원)·SK텔레콤(21억5천만원) 등의 계열사를 통해 총 111억원을, 롯데는 면세사업부가 있는 호텔롯데(28억원)·롯데케미칼(17억원) 등에서 총 45억원을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해 롯데와 SK가 탈락한 심사 당시에도 로비와 내정 의혹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두 차례의 입찰과 관련한 검찰 조사도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최근 업계와 야당 일각에서는 지난해 면세점 입찰에서도 최씨가 개입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의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는 8개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최순실이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활동을 하면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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