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친일독재 미화?…"뉴라이트 방식" vs "편향·독소 표현 빠진 것"
↑ 뉴라이트/사진=연합뉴스 |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28일 공개되면서 교육계와 시민사회,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제2의 역사 논쟁이 벌어질 조짐입니다.
기존 검정 교과서였던 미래엔의 대표집필자 한철호 동국대 교수는 "대한민국 수립 용어를 쓴 의도는 명백하다"며 "반공, 친일, 경제성장 세력의 과오를 덮고 이들을 건국 세력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국정교과서는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기존 교과서보다 '공적'을 부각한 서술이 늘어났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으로 분단 고착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에 부정적이었으며 제주 4·3 사건 당시 무리한 진압 작전으로 무고한 희생을 가져왔다는 식의 부정적 뉘앙스는 사라졌습니다.
대신 대한민국이 우리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된 국가였고 이승만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반공의 이념적 토대 위에서 국가의 기틀을 세웠으며 한미상호방위 조약(1953.10)을 체결해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등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는 서술이 등장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유신체제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체제였다'고 평가하는 데 그치거나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설명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 비상사태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또 수출 주도형 경제개발 정책, 중화학 공업 육성, 새마을 운동 전개 등 산업화 시기의 긍정적 서술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허 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냉전 반공주의라는 기조, 경제적으로는 성장주의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기술했고 그 속에서 여러 서술의 오류도 나타나고 있다"며 "미 군정 통치 부분에서 여러 폐단, 4·3 사건 등도 제대로 기술이 안 되어 있는데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맥락 때문으로 보인다"고 평했습니다.
한철호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만 놓고 본다면 '공'보다 '과'를 더 많이 써주는 게 오히려 공평한 것인데 너무 기계적으로 공과에 대한 균형을 맞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대표는 "예상대로 뉴라이트적 사고방식이 기저에 깔려있다"며 "새마을 운동이 찬양 일색으로 서술된 것만 봐도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라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국정교과서에서 새마을 운동 부분은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여 도로 및 하천 정비, 주택 개량 등 농촌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등 호평 위주입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가 과거의 '좌편향' 문제를 바로잡았다는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더는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 오히려 너무 기계적인 균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쓴 것 같다"며 "기존 교과서가 가지고 있던 편향된 해석, 독소적 내용들이 많이 빠졌다"고 평했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표현과 관련해서도 강 교수는 "건국 대신 수립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쓴 것으로, 더 이상의 수준 낮은 논쟁은 안했으면 한다"며 "친일 독재 미화라는 프레임도 너무 촌스럽다. 오히려 옛날 검정교과서에 친일 독재 미화 표현이 더 많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본적으로 역사를 단 하나의 시각으로 가르치려
허 은 교수는 "정부의 일방적 의도로 만들어진, 나와서는 안될 교과서"라고 지적했고, 강규형 교수는 "국정화는 기존 교과서들이 너무 잘못됐기 때문에 나온 '극약처방'으로, 오래 갈 수 있는 체제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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