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
서울역과 용산역,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 등 대형 역사를 오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대국민담화가 시작되고 대통령이 연설문을 읽어 내려가자 역사 주변은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이 일었다. 대통령이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희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라고 말하자 TV를 보던 한 60대 남성은 “이제 하야 해야지”라고 크게 소리치기도 했다. 5분간 담화문을 읽던 박 대통령은 “거취를 국회의 결정에 맡겠다”는 말과 함께 화면에서 사라진 후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시민 최모(32·서울 동작구)씨는 “하야하겠다는 이야기인지, 탄핵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대통령의 결단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지 국회에 넘기면 오히려 정쟁만 야기하고 문제 해결은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뿐만 아니라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전문가들도 “국민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반시민이든 전문가든 한 목소리는 “정쟁은 이제 그만 접고 빨리 국가를 정상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황상호(43) 씨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촛불 든다고 해서 야당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책임을 국회에 떠넘긴 대통령이나 보나마나 이것 가지고 정쟁만 하다 날샐 국회나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법대 교수는 “촛불집회에서 확인되는 민심은 대통령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깨끗이 물러나라는 것인데 이번 담화를 보면 앞으로 결국 남(국회)에게 공을 넘긴 모양새”라며 “더 이상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줬으면 깔끔했을 텐데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최근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탄핵정국을 피해보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대국민담화의 주요 내용은 ‘탄핵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현재 비박계를 중심으로 새누리당에서도 탄핵에 대한 의견이 모이는 형국이었는데, 지금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민담화가 “사실상의 퇴진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때 늦은 사과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매주 주말마다 타오르고 있는 수십만개의 촛불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어서야 등떠밀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대국민 담화에 실망했다는 시민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결국 자신은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는 것인가”라며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을 테니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성난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되면서 오는 3일 서울 도심에서 예정된 6차 촛불집회에도 대규모 촛불이 거세게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 집회에는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동맹휴업에 참여한 대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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