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비상행동’ 소속 청소년들이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
3일‘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켠 촛불이 다시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다시 100만명 이상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6차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광화문·시청 앞 광장 등 도심 일대에 110만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다. 애초에 추최측이 예상했던 1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섰다. 주최측은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했던 지난주 1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현재 서울 광화문 부터 세종대왕 동상, 서울 시청앞 광장까지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가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좌우로 종각역과 서대문 방면으로도 촛불을 든 시민들로 인사인해를 이루고 있다.
집회 역사상 최초로 청와대 앞 100m(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이 이뤄지면서 광화문에서 이곳까지 가는 도로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찬 상태다.
지난 5차 촛불집회에 이어 이번 집회에서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1분 소등’행사가 열렸다.
추최측이 “감추고 있는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를 담아 7시에 1분 소등을 한다”며 카운트다운을 외친 후 일제히 촛불을 껐다. 그러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수십만 개의 촛불이 한 순간에 꺼져버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어둠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지금 당장 퇴진하라” 등을 외쳤다.
100만명 이상 인파가 서울 도심에 모였지만, 완벽한 평화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효자치안센터 일대에서 한때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과 대치하고 있던 경찰 사이에 다소 몸싸움이 있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여기에 휩쓸리지 않고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집회를 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경찰에 연행된 인원은 한 명도 없다.
6차 촛불집회에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 참가자, 민주주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참가자, 대학생, 등 다양한 세대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중·고등학생 등 청소년들 역시 도심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시국행동·집회를 열었다. 실제 서울 경복궁역 인근 내자동 로터리에서는 ‘박근혜 하야 전국청소년비상행동’ 소속 청소년들 다수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청소년시국대회 행렬에 참가한 고등학교 2학년 조모 군(경기 성남 거주)은 “우리가 배운 교과서에는 3.1운동, 6.10 항쟁 등 나라가 위기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의연하게 일어나 나라를 지켰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역사의 구경꾼이 되지 않고 주인공이 되겠다는 생각에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정권과 정치권을 비판하는 다양한 패러디 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내자동 로터리 인근의 경찰 차벽에는 영화 ‘간신’의 포스터를 합성한 패러디물 여러장이 붙어 있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이 포스터에는 “난 오로지! 박그혜 마님만을 천년만년 모시겠습니다. 전 마님의 몸종이니까요!” 라는 문구가 써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이 합성된 포스터는 “왕 위의 왕, 간신”,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포스터도 있었다. 포스터에는 “국민이고 뭐고, 줄기세포 시술 받아가 폼 나게 나만 살면 되는 거 아이가?”라고 적혀 있고 영화 제목도 ‘근혜와의 전쟁’으로 합성했다.
[서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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