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변론까지 끝마치고 다음주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던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의 변론이 재개된다.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하기로 하면서 재판부도 특검결과를 지켜본 뒤 내년에 재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오는 15일 선고가 예정돼 있던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의 1심 변론을 내년 3월 20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일성신약 등 구(舊)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물산 합병을 원천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이 소송은 지난달 양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종결됐다. 판결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일성신약 측의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었다. 이미 성사된 합병을 취소할 정도의 위법이나 부정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주주들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의 합병비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삼성물산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됐다”고 맞섰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법정에서도 바뀐 사정을 고려해 다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합병안이 가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에 정부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삼성의 최순실씨 모녀 특혜 지원의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대가성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과도 직결돼 있어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 곤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재판부도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전날(6일) 일성신약 측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극비 회동했다. 국민연금의 위법한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참고서면을 제출하자 이를 참작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담을 느낀 재판부가 내년 2월 인사 이동을 고려해 판단을 미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병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홍완선 전 본부장은 6일 열린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합병 비율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부회장이 ‘법을 따랐다’며 거부했다”고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근
이와 관련해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국민연금도 긍정적으로 결정해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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