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구속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업무기록에서 전말이 드러났다.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47·구속기소)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7·구속기소)이 박 대통령의 업무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꼼꼼히 기록해둔 자료들은 박영수 특별검사(64·사법연수원 10기)의 수사와 향후 재판에서도 핵심증거가 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서 압수해 복구한 휴대전화 녹음파일 중 박 대통령 취임 후 녹음된 파일은 총 28분 분량의 12개”라고 밝혔다. ▶12월10일자 A4면 보도
이 가운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와 한 통화는 8개(16분 10초), 박 대통령과의 통화는 4개(12분 23초)다. 특본 관계자는 “주로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넘기면 최씨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의 통화는 일상적인 업무지시 내용이라고 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최씨를 직접 언급한 내용은 없었다. 이 관계자는 “녹음 파일은 수사팀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직접 청취했다”면서 그간 녹음파일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의 녹음 파일은 대통령 취임 전까지 합하면 총 236개에 달한다. 특히 이중 11건은 전화 통화가 아니라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함께 대면한 자리에서 녹음된 것으로 5시간 9분 분량이다. 이들은 취임사 등을 논의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문건을 넘길 때는 특정 이메일 계정을 함께 쓰는 방식을 택했다. 해당 계정에서 자기 계정으로 자료를 보낸 후 최씨에게 따로 ‘보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2012년 11월 20일 대선 직전부터 2014년 12월 9일까지 이런 내용의 문자만 237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이들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895회 통화하고, 1197회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 주로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와 소통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또 특본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문건 유출 등 최씨의 국정농단 개입 의혹에 불을 지핀 JTBC의 태블릿PC 입수 경위 등을 상세히 밝히며 “태블릿은 최씨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JTBC는 10월 18일 최씨의 개인회사 더블루케이의 과거 청담동 사무실에서 태블릿PC를 발견했다. 건물 문이 잠겨 있어 출입이 통제됐지만 건물 관리인의 협조를 얻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문이 잠겨있었지만 JTBC 기자가 방문했을 때 건물 관리인이 문을 열어줬다”며 “JTBC는 20일 다시 사무실을 방문해 태블릿PC를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태블릿PC에는 문건 총 50건이 있었고 그 중 3건만 공무상 비밀성이 있다”며 “검찰은 그밖에 최씨의 자택에서 압수한 외장하드에서 문건 119건 등 총 180건의 청와대 유출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태블릿PC에는 최씨가 2012~2013년 독일과 제주도 등을 방문한 때와 일치하는 위치기록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친인척과 찍은 사진,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은 문자 등도 남아있다고 한다.
한편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출연 모금 등을 지시한 정황은 안 전 수석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빼곡하게 기록한 업무수첩을 통해 드러났다. 특본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의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용 수첩 총 17권(510쪽 분량)을 확보했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