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자서도 공부할 여건이 되니,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지난달 17일 대학수학능력 시험 도중 도시락 가방 속에서 어머니 휴대전화가 울려 퇴실 처리됐던 학생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기업인의 제안을 거절해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어머니의 실수로 내년에 다시 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이 된 하모 씨(19)는 어머니를 원망하기는커녕 수능 당일 날 인터넷에 “같은 고사실에서 시험을 친 다른 수험생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올려 훈훈한 감동을 줬다.
이런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부산 출신의 한 여성 기업인이 하씨를 돕고 싶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 학생은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13일 부산시교육청과 하씨의 모교인 중앙여고에 따르면 이 학생은 도움을 주겠다는 기업인의 제안에 여러 차례 손사래를 쳤다.
선물용 간편요리 업체인 하이셰프의 고순청 회장(53·여)은 얼마 전 이 학생의 기사를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 출신에 어렵게 자란 탓에 고 회장은 하 씨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동국대 경찰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고 회장은 하씨가 경찰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자 더더욱 이 학생을 돕고 싶어졌다.
고 회장은 “어린 학생이 어떻게 이런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지 궁금해 이 학생을 수소문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부산시교육청과 지인들을 통해 이 학생의 모교가 중앙여고인 것을 알게 됐고 중앙여고에 직접 연락했다. 하지만 하씨의 휴대전화 번호 등을 알 수는 없었다. 결국 고 회장은 교감선생님을 통해 하씨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하 씨는 거절했다.
하 씨는 “삼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부산에서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며 “학원비 등 공부할 여건은 충분하니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학생은 공부도 매우 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찰대 진학이 목표인 이 학생은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울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1교시 국어시험에서 94점을 받아 1등급 커트라인인 92점을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이 수능 당일 저녁 수험생 전용 커뮤니티에 ‘오늘 부정행위로 걸린 재수생인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엄마가 도시락 가방 주시길래 그대로 받아서 시험 치러 갔는데 국어 끝날 때 쯤 벨소리 울려서 국어만 치고 집에 왔어요”라며 “저랑 같은 시험실에서 시험 치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창 집중해야 할 국어시간에…”라고 사과했다.
이 글에 대해 커뮤니티 회원들은 댓글로 “힘내세요” “뉴스 보고 안타까웠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다음번에
고 회장은 “세상은 아직 따뜻한 곳이고 배려하는 어른들도 많다는 것을 이 학생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며 “나중에 꼭 훌륭한 경찰이 되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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