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28명의 부상자를 낸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는 병사들이 다니는 콘크리트 길바닥에 화약을 뿌려 놓은 채 방치한 부실한 화약관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 부대는 훈련용 폭음통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일지에 기록하고 폭음통을 해체한 뒤 화약을 길바닥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육군 53사단 헌병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북구 신현동 53사단 예하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장병들이 갖고 있던 철제 삽날과 갈퀴가 콘크리트 바닥에 버려진 화약과 마찰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헌병대 조사 결과, 해당 부대는 지난 1일 탄약관(중사) 지시로 간부를 포함한 병사 5명이 예비군 훈련장 시가지 모형물 앞에서 1600여개의 폭음통을 해체하고, 안에 들어 있던 화약을 분리해 콘크리트 바닥에 버리고 발로 헤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폭음통은 폭발 효과음을 내기 위한 길이 5㎝, 지름 1.5㎝의 원통형 교보재(훈련을 위한 보조 재료)로 1개당 3g의 화약이 들어 있다. 화약 양은 적지만 폭발할 경우 손가락이 잘릴 수 있는 위력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실제로 13일 폭발로 다친 부상 군인 1명은 손가락을 3개나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에도 폭음통 화약이 폭발해 경기도 모 부대 부사관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헌병대 관계자는 “병사들이 울타리 작업을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 중 삽날과 갈퀴로 화약이 뿌려져 있는 콘크리트 바닥을 충격해 폭발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갈퀴 등에서 나온 화약과 폭음통 화약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부대는 훈련일지를 허위로 조작해 폭음탄을 무리하게 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군 훈련에서 남은 폭음탄은 다음 해로 이월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고 부대는 폭음탄을 이월할 경우 보급받은 폭음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상급부대의 지적을 우려해 폭음탄을 해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부대가 올해 지급받은 폭음탄은 1800여개였지만 예비군 훈련에서는 200여개만 사용해 1600여개가 남았다. 탄약관은 예비군 훈련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우려되자 폭음통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 대대장에게 폭음통 폐기를 건의했다. 대대장은 비가 오는 날에 폭음통을 터뜨리는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지시했으나 탄약관은 이를 무시하고 병사를 시켜 해체했다고 군은 설명했다.
헌병대는 다른 일선 부대에서도 폭음통과 훈련용 수류탄의 화약을 해체 등의 방법으로 무단 폐기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헌병대는 또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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