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누진제를 유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채 일부 가정만 더 큰 혜택을 보는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한국전력공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제출한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포함한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최종 인가했다. 6단계로 나눠 최고단계 요율이 최저단계보다 11.7배수였던 기존 누진구조는 3단계 3배수로 대폭 완화됐다. 100kWh 단위로 세분된 구간을 200kWh 단위로 확대했고, 최고단계 요율은 280.6원/kWh(기존 4단계 수준)로 인하했다.
변경된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100kWh 사용 가정은 현재 7350원에서 7090원으로 3.5%, 200㎾h는 2만2240원에서 1만7690원으로 20.5% 할인받는다. 400㎾h는 7만8850원에서 6만5760원으로 16.6%, 500㎾h는 13만260원에서 10만4140원으로 20% 각각 전기요금이 줄어든다. 새로운 요금제는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산자부는 가구당 연평균 11.6%, 여름·겨울 14.9%의 전기요금 인하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당월 사용량이 직전 2개년 동월과 비교해 20% 이상 감축한 가구는 당월 요금의 10~15%를 할인해주는 ‘절전 할인 제도’와 여름(7~8월)·겨울(12~2월)에 한해 1000kWh를 초과하는 사용량에 대해 기존 최고단계 요율인 709.5원/kWh를 부과하는 ‘슈퍼유저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많은 가정이 할인 혜택을 크게 누릴 것으로 보이나 한전이 지난해 기준(평균) 월 주택용 전기사용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 가정은 할인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00kWh 이하는 16.7%, 101~200kWh은 22.6%, 201~300kWh은 31.1%, 301~400kWh는 23.6%, 401∼500㎾h은 4.7%, 501㎾h 이상은 1.2%였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95%가량이 월 400kWh 이하를 쓴다.
반면, 400kWh 이상을 쓰는 가정은 최고단계 요율이 709.5원/kWh에서 280.6원/kWh으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가정이 아닌 전기 사용량이 많은 일부 가정의 할인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변경안이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면 400kWh대 요금 인하 폭이 더 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여름 기록적인 무더위로 늘어난 전기 사용량에 ‘폭탄 요금’ 문제가 불거진 누진제를 폐지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아닌 계절·시간별 요금제다. 여름·겨울철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가 비싸고, 봄·가을 심야시간대가 상대적으로 싼 구조다. 산업용 전기요금(용량별로 나눈 ‘갑Ⅰ’기준)은 저압 전력 기준으로 여름철은 kWh 당 81월, 봄·가을철은 59.2원, 겨울철은
일각에서는 배전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특성상 가정용 전기요금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금 수준을 근거로 정부가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요금이 산업용 위주로 인상됐다면서 오히려 산업용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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