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혹은 진실을 말해 사람을 속이는 일이 가능하며 이런 속임수를 ‘제3의 거짓말’ 유형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뉴스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 토드 로저스 교수와 벤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모리스 슈와이처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학술적으로 거짓말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적극적으로 허위를 진술하는 ‘작위에 의한 거짓말’(lies by commission)과 소극적으로 관련 정보나 사실을 빠뜨리는 ‘부작위에 의한 거짓말’(lies by omission)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일상에서 두 가지 유형보다 ‘호도성 거짓말’(lies by paltering)이 더 폭넓게 사용되고 그 폐해 등이 크다”며 이를 “거짓말의 정식 유형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터링(paltering)의 사전적 뜻은 ‘말끝을 흐리거나 얼버무리는 일’, ‘불성실하게 발언 또는 행동하는 것’, ‘고의적으로 불분명하게 만드는 거짓말’ 등이다.
‘풀을 칠해 덧씌우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게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이라고 설명돼 있는 한국어의 ‘호도’라는 단어와 유사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호도성 거짓은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며 기업인이나 정책 담당자 외교관 등의 협상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많지 않고 거짓말의 공식 유형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교수팀은 이에 관해 일반인, 학생, 기업 임원 등 총 175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 조사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하버드경영대학원 협상술 강좌 상급반에 등록한 기업 경영진 중 50% 이상이 과거 협상 과정에 때로 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호도성 거짓말을 했다고 답할 정도로 흔하게 이용됐다.
참가자들은 호도성 거짓말을 허위진술성 및 누락성 거짓말과는 구분되는 분명한 속임수로 생각했다.
또 본인의 거짓말 방식 중에 호도성 거짓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본질적으로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윤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그만큼 폐해도 크다면서 이를 ‘결함 있는
실제로 뒤늦게 자신이 호도 당했음을 깨닫게 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상대를 가혹하게 평가했으며 협상 상대로 다시는 마주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 논문은 최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인성과 사회심리학’ 온라인판에 실렸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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