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필리핀 해상에서 미군의 드론을 압수한 중국이 이를 돌려주겠다고 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 말입니다.
당초 잘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트럼프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중국이 또 발끈했습니다. 압수한 것과 훔친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의 이 발언으로 미중 갈등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작은 이달 초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였습니다.
'하나의 중국 정책에 왜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 이는 40여 년 동안 미중 관계의 기본이 됐던 그러면서도 중국의 핵심 정책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 중국의 자존심이 극도로 상했죠.
미중 관계는 트럼프 당선 이후 시간이 갈수록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우리 같은 나라에 불똥이 튀거든요. 대표적인 예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중국은 한류 콘텐츠에 제한을 가하고, 사드 기지에 부지를 제공한 롯데 중국법인을 세무조사하는 등 더욱더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사드 배치는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고요.
미국은 우리의 '최대 우방국'이고, 중국은 우리의 '최대 경제교역국'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고래싸움에 등이 터질 지경'입니다. 조선 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바로 그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죠.
외교수장인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야권의 견제로 적극적인 권한을 발휘하기 어려우니 책임을 지고 외교를 지휘할 수장이 없는 우리나라.
더 큰 문제는 여야 정치권이 이런 국제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대권 놀음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겁니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다'
'대통령을 수갑 채워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
'국가를 좀 먹는 암 덩어리를 송두리째 도려내야 한다'
언뜻 사이다 같이 시원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끌어가야할 차기 대권주자들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본격 대선 경쟁이 시작된 듯 서로를 견제하며 세력 모으기까지 하고 있죠.
'쥐는 잡되 독은 깨뜨리지 말아야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의 죄는 명명백백히 밝혀 처벌하되 대한민국이란 독은 깨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미·중·러·일, 강대국들의 싸움에 무기력하게 나라를 빼앗겼던 불과 백년 전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