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인근에는 옛날에 '닭점'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봉은사 위치가 지네형 산맥의 허리 부분에 해당돼 지네를 방지하고자 마을명을 닭점으로 불렀다 한다. 도봉구 쌍문동은 마을 주위를 둘러싼 산의 형세가 닭이 우는 형상이어서 '계성동'이라 불렀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전국 140만여개 지명을 분석한 결과 닭과 관련된 지명은 총 293개로 조사됐다고 27일 밝혔다. 현재까지 집계된 십이지 관련 지명 중에서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닭은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이자 유일하게 날개가 달렸고, 시간상 오후 5~7시에 해당된다. 닭은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길러온 가축이자 친숙한 동물로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던 만큼 우리 지명에도 닭과 관련된 유래와 전설이 다양했다.
어둠을 걷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관련된 대표적 지명은 '계명(鷄 鳴)'으로 닭이 울고 날아갔다는 유래를 가진 충주시 '계명산'과 '계명봉' 등 전국 13곳에 분포했다. 전남(83곳)이 가장 많고, 충남(45곳) 전북(41곳) 경남(31곳) 경북(26곳) 경기(19곳) 강원(18곳)순으로 많았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지명이 주목된다. 경상북도 봉화군 '닭실마을'은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내와 넓게 펼쳐진 들판이 풍요로워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전해진다.
닭의 볏이나 머리 등 모습을 닮은 지명도 자주 나타난다. 독도의 동도 북서쪽 '닭바위'는 서도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닭이 알을 품는 모습처럼 보여 지명이 생겼다. 이밖에도 '닭의 발'을 닮은 '계족산',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는 '계룡산' 등 닭의 모습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분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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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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