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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엄마] (25) 두살배기에게 충치치료를? 치과 진료는 어디까지…

기사입력 2016-12-29 16:40 l 최종수정 2017-01-04 10:58


-아기 칫솔질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 있나요? (아니오)
-하루에 몇 번 이를 닦이나요? (1회)
-충치 등이 의심되는 치아가 있나요? (네)
아이 구강검진을 하기 전 문진표에 답을 하며 난 뭔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생후 29개월 안으로만 받으면 되는 구강검진을 21개월인 아이에게 서둘러 받으려는 이유가 있어서 더 그랬다.
어느 날인가 위 어금니 쪽을 보니 뭔가 잇몸 사이에 까만 자국이 있는 게 아닌가. 김가루인가 해서 떼어내보려고 하니 아이가 입 안에 손도 못 넣게 했다. 기회를 포착해 쑤욱 집게 손가락을 들이 밀었다. 하지만 손을 넣자마자 '와락' 깨물어버리는데 눈물이 핑그르 돌 정도로 아펐다. 설마 치석? 몇 번 시도를 해도 사라지지 않자 치석 혹은 충치라는 결론을 내렸고, 며칠 고민 끝에 어린이 전문 치과를 찾았다.
"아직 세살도 안 된 아이에게 무슨 충치가 있다고 그러느냐, 유난이다. 설령 있다고 해도 치료를 시작하기엔 너무 어려" 혹은 "어른들도 이 때우려면 그 소리가 얼마나 무섭니 치이이이이이, 애가 그 소리에 까무라칠거야", "네가 아직 아기 이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래. 꽁꽁 묶어 놓고 하는데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야", "생애 첫 치과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 등등.
대부분 이 치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성호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치과 의사조차 자기 자식이라면 네살때까지는 기다리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난, 충치인지 아닌지 꼭 알아야만했다. 그래야 치료를 하든, 영구치가 나기전까지 지켜보든 선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성호는 다른 아이들보다 무척 일찍 이가 나기 시작했다. 생후 5개월부터 이가 봉긋 솟기 시작해 21개월인 지금 총 20개 이 중 벌써 18개가 다 났다. 이가 빨리 나면 그만큼 약할 수 있고, 또 썩을 일 밖에 없다는 주변 얘기를 누누히 들었음에도 그 동안 난 무신경했고 그래서 더 치과에 가봐야했다.
"김성호 어린이 들어오세요."
드디어 올 게 왔다. 장난감을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놀던 성호는 그 때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우선 간단히 이뤄진 구강검진. 요리조리 살펴본 의사선생님은 "충치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할 이가 어머니가 말씀하신 위 어금니 포함해 2개가 있고요."(여기까지는 그래도 한숨을 돌렸다 싶었다.)
이어 선생님은 "그런데 아래 어금니 앞 이 치료가 시급해보이네요.이 치아는 잘 썩지 않는 부분인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였다. 성호가 입을 잘 벌리지 않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긴 했지만, 잘 썩지 않는 이가 많이도 썩었다는 얘기에 눈 앞이 깜깜해졌다. 성호는 이미 눈물보가 터진 상태였지만, 치료에 곧장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내가 생각한 것보다 꽁꽁 꽉꽉 아이를 묶었다. 안전 벨트같은 것을 채우는데 어깨부터 발끝까지 4개 정도를 채운 것 같다. 몸통보다 더 신경을 쓰는 게 바로 머리였다. 치료 도중에 아이의 머리가 흔들리면 큰 일나기 때문이다. 위험한 기계들 투성이니.
하지만 나무토막(내 눈에 보기엔 그랬다) 같은 장치 사이로 아이 머리를 집어넣고 머리를 흔들지 못하게 끼익끼익 조이기 시작하는데, '이건 아닌데' 싶었다. 입을 강제로 벌리기 위한 장치까지 넣으니 치료 준비 완료.
그런데 의사선생님과 치과위생사는 모두 내게 아이 발만 잡고 있으라고 했다. 절대 아이에게 손을 뻗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돼요. 어머니. 절대로"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같은 조치에 압도당한 나와 나보다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을 아이의 손조차 잡아줄 수 없다니..이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우는 아이인데 미칠 노릇이었다. "엄마 여기 있어, 엄마 같이 있어"라고 외칠 수밖에.
충치를 때우는 10여분간, 난 정말 과장하나 안 보태고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는 줄 알았다. 10여분간 얼마나 스스로를 원망했는지 모른다. 이를 내가 좀 더 잘 닦였으면, 제대로 된 관심을 일찍 기울였으면 아이가 이런 고통을 당하진 않을텐데 하고 말이다.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충치가 자리잡아 많이 때웠어요. 당분간 아이가 찬물 등을 마실 때 시려워한다거나 밤에 잠을 잘 못자면 다시 치과오셔야해요." 부디 그럴 일이 없기만을 바랐다.
유치는 어차피 빠질 이라는 생각 때문에 치아 관리에 소홀한 엄마들이 많다. 나역시 그랬다. 그런데 유치가 부실하면 영구치도 당연히 부실해지는 법. 성호와 같은 두살배기 아이가 유치의 충치를 방치했다가 신경 치료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맙소사!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는 평균 6~7세다. 무려 6~7년을 유치와 함께 해야한다. 아이들은 치아 크기가 작은 만큼 금세 세균이 침입해 충치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따라서 엄마가 잇몸 구석구석까지 살펴봐야하고, 말을 아직 제대로 못하는 아이라면 평소 행동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아이가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렵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손가락으로 자꾸 잇몸 쪽을 만지거나 후빌 경우, 충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구강검진 후 3개월에 한번씩은 치과를 방문해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도 한다. 물론 단순 검진 뿐 아니라 각종 치료를 권유하는데 (예를 들어 불소도포 치료 등)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로 꼭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특히 성호처럼 두살배기 아이들에게는 치료의 고통보다 그 치료를 하기위해 아이를 컨트롤 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왜 나는 이런 것을 꼭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만 아는 것일까. 치과를 다녀온 후 성호는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많이 울고 긴장했던 탓이었다. 코를 깊게 골며 자는 모습이 얼마나 짠하던지...나 역시 팔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며 눈좀 부쳐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때! '아~이 닦고 자야하는데...' 엄마의 게으름이 아이의 이를 더 이상 망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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