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64·사법연수원 10기)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0)이 (삼성합병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다, 장관 시절에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지시한 사실에 대해서 인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문 전 장관이 그간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 왔던 태도를 긴급체포 이후 바꾼 것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52·22기)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장관은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증언하면서 (삼성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에)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했지만) 위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국조특위와 기존 조사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국민연금에 삼성합병을 찬성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고수해왔다.
다만 특검팀은 "대통령의 지시까지는 현재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더 해봐야한다"고 밝혔다. 문 전 장관으로부터 아직까지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합병과 국민연금의 역할에 있어서 청와대의 관계는 특검이 조사해야할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특검이 문 전 장관의 진술과 압수수색,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0)에게 삼성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정황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는 과연 박 대통령 등 청와대측 외압이 있었느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문 전 장관에 대하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합병 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간의 제3자 뇌물죄 입증을 위해 중요한 연결고리로 꼽히는 만큼 그를 구속한 후 이와 관련한 조사를 더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장관의 구속이 결정되면 삼성이 박 대통령의 합병지원의 대가로 정유라 씨(20)의 올림픽 승마 금메달 프로젝트를 특혜성 지원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게 된다.
특검은 이날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48)도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의 스포츠사업을 총괄해왔다. 특검은 이날 김 사장에게 삼성그룹이 장시호 씨(37·구속기소)를 지원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면서 장씨에 대한 지원이 삼성합병의 대가가 아니었는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통해 장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상당의 특혜를 지원했다. 김 사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구속기소)을 만난 후 심적 부담을 갖고 후원해 주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순실 씨(60·구속기소)나 장씨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이 김 사장에 대한 조사 등 삼성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것은 향후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최순실 씨의 이복 오빠인 최재석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최씨일가 재산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넘겨 받았다. 이 대변인은 "최태민 씨의 아들 중 한명이 정보제공 차원에서 접촉하러 (특검 사무실에) 왔다"고 밝혔다. 최재석 씨는 특검팀에 최씨 일가의 재산 상황과 차명관리 실태 등 재산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 씨(20)를 둘러싼 조사에도 박차를 가했다. 특검은 "입시비리 관련하여 이화여대 전 총장 최경희의 연구실, 전 체육과학대 학장 김경숙의 주거지 및 관련 교수의 주거지와 대한승마협회 등 10여곳에 대하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압수수색
특검은 또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철민 주 프랑스 대사를 소환조사했다.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관련 수사를 위해 조여옥 대위도 소환조사했다. [조성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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